기 들릴 지음ㆍ소민영 옮김 / 서해문집 발행ㆍ268쪽ㆍ1만1,900원
군부 독재에 신음하는 버마(미얀마)의 실태를 어둡지 않게 다룬 청소년 교양 만화다. 작가 기 들릴(44)은 국경없는의사회에 속한 부인을 따라 우연히 버마 땅을 밟은 뒤, 현지 상황을 특유의 익살스런 그림체로 그려냈다.
가택 구금된 노벨평화상 수상자 아웅산 수치 여사의 집을 지나려다 군에 저지당하고, 검열로 군데군데 백지가 된 신문을 읽었던 작가의 경험을 그대로 담았다. 주민들의 생활 속에 파고든 독재의 흔적은 더욱 참혹했다. 젊은이들은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채 마약에 찌들어가고, 시내 상점에서는 나치를 상징하는 문양의 티셔츠가 인기리에 팔리고 있었다.
책은 이처럼 군부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버마 사람들의 순수함과 인간적인 면모를 함께 보여준다. 형편이 빠듯해도 시주는 아끼지 않고, 복을 비는 '물 축제' 때 남녀노소 함께 물장난을 치는 모습 등이다. 심각한 소재이지만 만화의 미덕인 유머를 잃지 않는 솜씨가 프로답다.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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