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패스 차단기가 열리지 않아 통행료 지불을 위해 차에서 내린 운전자가 무단횡단을 하다가 지나가던 차에 치여 숨졌다면 도로공사에도 일부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하이패스는 무선통신을 이용해 고속도로 통행료를 자동 징수하는 시스템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6단독 이옥형 판사는 고속도로 요금소 주변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모씨의 부인과 자녀 3명이 한국도로공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도로공사는 유가족 1인당 1,300여만~2,4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도로공사는 차단기가 작동하지 않을 때 운전자가 취해야 할 행동 등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설치하지 않았고, 차로 주변에 폐쇄회로(CC)TV만 설치했을 뿐 이를 관리ㆍ감시할 전담 모니터 요원을 두지 않았다"며 하이패스 시스템 관리상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당시 도로공사 직원은 김씨가 무단횡단한 것을 알고서도 지하통로로 돌아가라는 말만 했을 뿐 적극적으로 안내하거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며 "이 또한 사고를 방지할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김씨가 단말기와 전자카드가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지 않았고, 차단기 앞에 인터폰이 설치돼 있었는데도 차로를 무단횡단한 과실이 있다"며 도로공사의 책임을 25%로 제한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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