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직폭력세력과 연계해 멕시코산 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해 온 국제 마약사범이 미국 마약청(DEA)과의 공조수사로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영진)는 멕시코에 체류하면서 히로뽕의 국내 공급총책 역할을 수행해 온 재미 한인 폭력조직원 출신 문모(40)씨에 대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의뢰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문씨로부터 마약을 밀수해 국내에서 판매하거나 투약한 혐의로 폭력조직 D파 행동대장 출신 서모(48)씨 등 3명도 구속기소하고 11명은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문씨는 지난 1월 초 서씨 등과 공모해 국제특송화물을 이용, 멕시코에서 히로뽕 48.2g(1,600여명 투약 분량)을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씨는 앨범 속에 히로뽕을 숨겨 상자로 포장한 다음 국제화물로 보내는 수법으로 감시망을 벗어나려 했으나, 화물이 미국을 경유하는 과정에서 미 DEA에 의해 포착되고 말았다.
하지만 한국 검찰과 DEA는 ‘히로뽕 앨범’을 즉각 적발하는 대신 그대로 통관시켰다. 마약 공급루트의 발본색원을 위해 공조수사를 한 것이다. 이렇게 국내로 들어온 마약은 수사당국에 의해 ‘통제배달’됐고, 결국 서씨 등은 1월 말 검거됐다.
검찰 관계자는 “멕시코산 히로뽕은 주로 미국이나 유럽으로 공급되는데, 한국으로의 밀반입 사례가 적발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특히 국내 조폭이 새로운 자금원 확보나 조직 확장을 위해 마약 밀수에까지 손을 뻗치는 것으로 보여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주범 문씨가 로스앤젤레스의 한인 폭력조직원으로 활동하다 2001년 강제추방돼 국내 입국했으며, 지난해 10월 멕시코로 건너가 국내 마약사범들과 10여차례 히로뽕을 거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밖에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 집중 단속한 결과, 중국ㆍ필리핀에서 히로뽕을 국내로 밀수한 5개 마약조직을 적발, 조직폭력배 3명 등 43명을 구속기소하고 60명을 불구속 기소 또는 지명수배했다. 이들 중에는 히로뽕 투약 혐의로 도피 중이던 아버지가 친아들을 ‘운반책’으로 삼아 마약을 밀반입하거나, 히로뽕으로 환각에 빠진 남성이 함께 마약을 투약한 애인을 칼로 위협하며 폭행하는 등 마약의 심각한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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