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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자녀 교육보감] <6> 선행학습과 완전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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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자녀 교육보감] <6> 선행학습과 완전학습

입력
2010.03.0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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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학생들의 소중한 노력이 다양한 이유로 낭비되고 있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한 것은 맞지만 학습효과 측면에서 보면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있다. 그런 허무한 공부의 중심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선행학습이다. 이미 몇 차례 선행학습의 폐해를 지적한 바 있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학부모들 사이에서 최근 선행학습의 부작용에 대한 인식이 싹트는 조짐이 보인다.

사실 우리 사회에 선행학습의 광풍(狂風)이 불기 시작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과학, 외국어 등의 특목고가 설립된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다. 특목고 입시에서 출제되는 교과과정의 범위가 중등과정을 초월하기 때문에 고등과정에 대한 선행학습 수요가 발생한 것이다. 특목고 입시가 주범인 셈이다. 그 결과 단순한 선행학습이 아니라 입시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공부가 돼버렸다. 아쉬운 점이 많지만 현재는 그래도 특목고 입시가 어느 정도는 정상화돼 선행학습이 특목고 합격의 필요조건이 아닌 상황이 되고 있다. 그렇지만 학부모들 사이에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마치 자녀가 낙오자가 되는 것으로 자인하는 시각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는 것은 결코 사소하게 취급할 문제가 아니다.

선행학습이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첫째는 심리적 효과를 들 수 있다. 선행학습의 정도가 학부모와 자녀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평가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역할하고 있어 쉽게 회피하기 힘든 분위기이다. 이 탓에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선행학습을 해야 남보다 앞서간다는 편안한 느낌을 갖게 되고, 학생들도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마치 다른 학생들에게 뒤쳐진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둘째는 사교육 업체 입장에서 볼 때 선행학습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용이한 탓이다. 정상적으로 하면 학생마다 모두 다른 진도를 기준으로 수업시간표를 구성하여 맞춤형 진도를 나가야하지만 선행학습을 중심으로 하면 진도를 초월하여 많은 학생을 동시에 가르칠 수 있는 이점이 발생한다. 그래서 선행학습 관련 상품이 과도하게 개발·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왜곡된 특목고 입시가 원인이 되어 유행하게 된 선행학습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부작용이 심하다.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0%가량이 선행학습이 필요하다고 대답하면서도 동시에 그에 상당하는 비율로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 다른 설문조사들에서도 대부분 이와 유사한 결론을 보인다.

선행학습의 부작용은 선행학습 자체의 본질에서 연유한다. 선행학습은 일반적으로 진도를 빨리 나간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다져나가기보다는 주마간산 격으로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식이다. 그래서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학생들은 자기도 모르게 대충대충 공부하는 습관에 물든다. 선행학습을 많이 받은 학생들을 상담하다보면 모르는 것도 없지만 제대로 아는 것도 없는 상황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이런 학생들은 설명을 들으면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빈약하다. 일단 자신도 모르게 대충대충 넘어가는 공부가 습관이 되면 반복학습을 하더라도 공부의 완성도는 결코 높아지지 않는다. 선행학습을 통해 얻는 효과가 10이었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은 10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행학습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배정되어 있는 학교 수업에 대한 활용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런 부작용의 폐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는 실정이다.

학부모들에게 정말 당부하고 싶다. 시험은 진도를 모두 마친 다음에 보게 된다. 선행학습은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실력과 성적은 이미 나간 진도를 통해 얼마나 학습효과를 얻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직시했으면 한다. 진도에서 앞서면 마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진도를 마치지 않고 보는 시험은 없기에 결국은 ‘진도 앞서가기’가 아니라 ‘진도 소화하기’가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는 점을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선행학습은 현재 진도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기 십상이다.

선행학습이라는 말 대신 ‘완전학습’이라는 구호를 제기하고자 한다. 완전학습이란 학교 진도를 따라가면서 놓치는 것을 최대한 줄여나가면서 공부의 완성도를 최대한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수학과목처럼 학생들이 힘겨워하는 과목에서는 최대한 진도를 천천히 나가면서 학생들이 무리하지 않고 따라올 수 있도록 각별히 배려할 필요가 있다. 일부 우수한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빠른 진도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소수만을 위해 다수를 희생시키는 교육은 참으로 옳지 않다.

다시 강조하지만 진도에 대한 소화흡수율을 높이는 쪽으로 자녀를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장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줄줄 새는데 계속 앞으로만 나간다고 해서 과연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정말 진지하게 자문해봐야 한다. 선행학습은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완전학습을 목표로 삼기 바란다.

비상교육공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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