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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0년 맞은 '전국노래자랑' 26년째 진행 송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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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0년 맞은 '전국노래자랑' 26년째 진행 송해씨

입력
2010.03.0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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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라도 한 잔 하면서 얘기하면 더 좋았을 텐데."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 옆집 할아버지 같은 인자한 미소를 머금은 송해(83)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전국노래자랑'은 1980년 11월 9일 처음 TV 전파를 탔다. 우리 귀에 너무도 익숙한 지금의 시그널 송 그대로였다. 송해씨는 1984년 처음 무대에 올랐다. 올해로 26년째, 그를 거쳐간 PD만 줄잡아 120명이다. 그는 "이거 아니었으면 난 끝장 났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제가 일등입니다"라며 농담처럼 자신이 '최장수 MC'임을 자랑하더니, 언제까지 할 계획이냐는 물음에 "그만둘 때가 임박했습니까?"라고 반문하는 그의 재담은 간담회장을 전국노래자랑 무대와 오버랩시켰다. 혹시 좋다고 쫓아다닌 여자는 없었느냐는 질문에 "웃지 마세요. 진짜 있습니다"라며 얼굴색을 바꿔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그는 "출연자가 꽃이요, 시청자가 재산"이라며 '세살배기부터 103세 노인까지 한 세기가 나와서 노는 프로그램'이 장수할 수 있었던 공을 국민에게 돌렸다. 그는 충남 서산시를 찾아갔을 때 32번의 수술 끝에 얻게 된 의족에 의지해 제작진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인 한 출연자를 회상했다.

앙코르가 쇄도해 세 곡을 열창했던 시각장애인 출연자, 유학 간 아빠를 애타게 부르며 흐느껴 울던 세 살짜리 꼬마 출연자 이야기를 할 때는 손수건으로 눈두덩을 지긋이 눌렀다.

그는 전국노래자랑 30년 5대 사건을 꼽기도 했다. 평양 모란봉공원에 만들어졌던 무대, 파라과이 무대에서 만난 교민들, 일본 천황궁 옆에서 펼쳐진 8ㆍ15 특집 무대, 미국 뉴욕의 아이젠하워공원 무대에서 본 한국인의 힘, 한ㆍ중 수교 17년을 기념한 선양에서의 무대가 그것이다.

여든셋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게 그는 정정해 보였다. 건강 유지 비법은 "열심히 방송하는 것이라고 했다. "돈 안 들이고 다니는 여행이 비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 때문에 무대를 반년 가량 떠난 적이 있었다.

며칠 전 작고한 고 배삼룡씨는 그의 1년 선배다. "열심히 살다 가신 분"이라며 고인을 회고하던 그는 "가는 길이 편해야 하는데, 오랜 투병생활 끝에 돌아가셔서 안타깝다"고 했다.

인사말로 소주를 찾았듯 그는 지금도 여전히 소문난 애주가다. "평소 먹은 마음이 술 마시면 나오니 술만큼 정직한 게 없다"며 술 철학을 풀어놨다. 같이 자리한 이기원 CP는 "저녁으로 설렁탕 시켜놓고 소주 두 병씩 드신다"고 귀띔하며 "얘기하기 부담스러운 부분은 '적당히 소주에 적셔져 계실 때' 말씀 드린다"고 했다.

"내 고향 황해도 재령에 무대 세우고 전국노래자랑 한 번 해보는 게 꿈"이라고 말한 그는 강원 동해시편 녹화가 있다며 발길을 재촉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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