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이시에 대해 어떠한 정보도 줄 수 없고, 당시 판정에 대한 코멘트는 절대 금지돼 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입을 닫았다. 밴쿠버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이 끝난 지 사흘째인 28일(한국시간). 가장 먼저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 한국에게 금메달 대신 실격을 안긴 제임스 휴이시(호주)와 접촉을 시도했다. 시간이 흐른 만큼 당시 실격 판정을 내린 정확한 근거를 직접 듣고 싶어서였다. 휴이시는 25일 경기 직후 모니터를 확인한 뒤 김민정(용인시청)의 임피딩(impedingㆍ손이나 몸으로 추월을 가로막는 반칙)을 선언했지만, 화면상에 나타난 접촉은 좀처럼 발견하기 힘들 만큼 미미했다. '고의'로 반칙 여부를 가리는 규정상 실격은 받아들이기 힘든 판정이었다.
28일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메인프레스센터에 마련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스. "빙상은 우리 소관이 아니니 ISU를 찾아가라"고 했다. 쇼트트랙과 피겨 경기장인 퍼시픽 콜리시엄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경기장 내 미디어센터 귀퉁이에는 ISU 임시 사무실이 있었다. IOC 부스에서 확인한 ISU 미디어 담당자 데브라 피트의 이름을 말하자 "이미 자국 스위스로 떠났다"는 설명. 휴이시와 5분간만 얘기하고 싶다고 하자 "어디에서 온 기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한국에서 왔다는 대답에 이내 "심판과 미디어는 접촉이 금지돼 있다"고 했다.
27일 경기 심판으로 예정돼 있던 휴이시는 빙판 위가 아닌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대신 영국인 심판이 휴이시의 자리를 대신했다. 현지 방송은 "휴이시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ISU에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휴이시 대신 다른 심판이 배정된 이유를 물었으나 "심판 배정과 심판에 대한 정보, 심판이 내린 판정에 대해서 ISU는 어떠한 설명도 할 수 없다. 코멘트 자체가 금지돼 있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현재 밴쿠버에서는 휴이시의 판정과 관련해 한국에서 일어난 호주대사관 폭파 문자 해프닝이 관계자와 전세계 취재진, 시민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다. 심판진에 대한 취재진의 접근을 원천봉쇄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ISU 관계자는 과거 휴이시의 심판 자격 정지 사실 여부만을 겨우 확인해 줄 뿐이었다. 휴이시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대회 때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의 '할리우드 액션'에 속아 김동성을 실격 처리, 논란의 중심에 섰던 심판. 이후 2년간 자격 정지당했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ISU 관계자는 "휴이시를 아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밴쿠버=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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