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위해식품을 차단하기 위한 식품당국의 '비만 표시제'시행 여부를 놓고 논란이 적지 않다. 당국은 어린이 비만이 심각한 사회 문제인 만큼 고열량 식품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제품 품질과 관계없이 단순히 열량만 부각되는 부작용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1일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청은 소비자연맹 등으로부터 특정 제품이 '고열량 저영양 식품'(정크푸드)인 것을 소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포장에 표시하자는 건의를 받아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다. 정크푸드란 열량이 지나치게 높거나 포화지방이나 나트륨 함량이 많아서 비만을 초래할 가능성이 큰 식품이다.
물론 지금도 과자나 음료 포장지에 열량 표시가 있지만, 대부분이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고는 영양가에 비해 열량이 얼마나 많은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식약청도 정크푸드 여부를 포장에 표시하는 게 소비자 권익 증진에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식품업계의 강한 반발이다. 비만 표시제가 시행되면 웰빙을 강조하는 최근 풍조상 해당 식품의 매출이 급감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표면적으론 정부의 식품 표기 기준이 자주 바뀌면 포장지 교체 등의 비용 증가로 인해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가격 인상을 위해서라면 포장지를 안 바꿀 이유가 없는 식품사의 특성상 설득력이 떨어지는 논리다. 반면 실제로 선의의 피해를 보는 식품사가 나올 수는 있다. 고영양 제품인데도 단순히 열량 비교만으로 나쁜 제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식약청은 이를 감안해 당장 비만 표시제를 시행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현재 어린이 식품생활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라 열량만 높고 영양이 부실한 식품에 대해 오후 5~7시까지 TV 광고를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어 앞으로 관련 사안의 진전 여부 등을 지켜보면서 규제 강화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명중 식약청 영양정책관은 "식품 정책이 소비자 보호라는 큰 방향으로 가는 추세지만, 현재로선 여러 의견을 종합하는 상황이며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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