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여우가 돌아왔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의 심복이었다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한때 미 펜타곤이 가장 선호했던 친미주의자 아마드 찰라비(65ㆍ사진)가 7일 치러지는 이라크 총선에 출마했다.
1일 AP통신에 따르면 후세인 축출 이후 미국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했던 찰라비가 이번에는 반미 강경 시아파 무크타다 알 사드르 정파와 손잡고 이라크국민연맹(INA) 후보로 출마했다. 알 사드르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미군에 대한 무력저항을 이끌어 온 인물로 미군의 즉각 철수를 주장하는 강경파다.
찰라비가 INA 후보로 나서면서 차기 총리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INA는 알 사드르 정파를 비롯 시아파 최대 정당인 이라크이슬람최고회의(ISCI)외에도 다른 소규모 정파들이 참여하고 있는 연맹체다. 이들 정파는 한시적 동거상태여서 분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찰라비 총리 후보설은 “그를 선택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만이 다른 연합의 지지를 이끌어낼 능력이 있다”는 시각이 뒷받침하고 있다.
총리를 의식한 듯 찰라비도 적극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수년간 이라크 유권자들과 접촉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자신은 “보통사람”이라며 빈곤한 이라크 남부 지역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또 일자리, 집값 하락, 공교육 강화, 부패 척결 등 친숙한 공약들을 내걸었다. 특히 후세인 시절 해고된 공무원들을 복직시키겠다는 공약은 시아파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의 과거 행적으로 인해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카짐 알 무쿠다다이 바그다드 대학 정치학 교수는 “찰라비는 늙은 여우”라며 “그는 오직 개인적 목적만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도 그의 출마와 차기 총리 후보설에 불쾌해 한다. AP는 찰라비 출마가 “이번 선거를 이슬람 분리주의자들과 화해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미국에 충격을 줬다”고 보도했다.
찰라비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대량살상무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펜타곤에 적극 협조, 그 공을 인정받아 이라크 과도통치위원장에 임명됐다. 그러나 침공 명분으로 삼은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아 미 정부와 찰라비의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으며, 결국 2004년 미국은“이란의 스파이”라며 찰라비를 체포하기도 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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