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3D) 영화 '아바타'가 28일 '괴물'을 누르고 역대 흥행순위 1위를 차지하면서 덩달아 신이 난 회사가 있다. 바로 3D 영화를 보는 데 필수품인 안경제조업체인 아이스테이션이다.
이 회사는 지난 해까지 1,000만대 가량을 팔았으나, 올해는 중국, 인도 등에서 주문이 쇄도하면서 판매량을 5,000만대로 늘려 잡았다.
1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에 참석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삼성전자가 내놓은 3D TV와 함께 제공된 3D 안경을 착용한 뒤 "안경은 다리가 편해야 된다"고 언급했다.
이는 본격적인 3D TV가 도래하면 착용감이 편안한 안경을 만드는 회사가 승리할 것이라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3D 영화에 이어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파나소닉 등 유명 가전회사가 3D TV 출시를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3D 안경을 선점하기 위한 업계의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특히 6월부터 시작되는 '남아공 월드컵'을 겨냥, 3D TV를 대거 선보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만족스러운 안경을 만들어내느냐가 시장 선점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세계 최초로 3D LED TV를 공개한 삼성전자는 3D 안경을 아예 전문업체에 맡기는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미 지난 해부터 세계 유명 안경전문업체들이 미국, 유럽 등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부스를 방문, 삼성전자 3D TV에 호환이 가능한 맞춤형 3D 안경을 제조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들 회사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명품 안경업체 사장들도 대거 포함돼있다"며 "이들 업체가 삼성전자에 제시하는 조건도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안경 제조사간의 경쟁이 치열함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유명 안경 회사들이 삼성전자의 3D TV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삼성전자가 3D 안경만큼은 전문업체가 만드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안경의 기능적인 측면은 업계간의 경쟁을 통해 조금씩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지만, 장시간 시청을 해야 하는 제품인 만큼 결국에는 디자인이나 착용감이 우선해야 소비자로부터 더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3D 안경도 이건희 전 회장이 언급한 '편안한 안경' 논리에 맞춰, 대구안경전문대와 공동으로 개발한 합작품이다.
이 달 중에 3D TV를 내놓을 LG전자를 비롯, 소니, 파나소닉 등은 3D안경을 직접 제작할 지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안경 전문업체들이 3D 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전자업체를 대상으로 치열하게 로비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자체제작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3D 안경의 적정 가격여부 역시 관심사다.
업계 관계자는 "3D안경은 표준화 작업이 되어있지 않아 3D TV를 만드는 업체간에 호환이 되지않는다"며 "때문에 3D 안경의 경쟁력이 3D TV 시장의 중요한 키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값싸고 좋은 품질의 안경을 만드는 회사가 3D TV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3D LED TV를 출시하면서 3D 안경 가격을 공식 발표하지 못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소문이다. 투자한 비용이 너무 많아 해외에서 판매중인 3D 안경 개당 가격(100달러)을 상회한다는 것. 업계에서는 "TV는 한대이지만, 가족이 함께 시청하기 위해서는 3~4대의 안경을 추가로 구입하는 데 이를 위해 50만원 이상을 들여야 한다면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며 "안경 가격이 소비자의 제품 고르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3D TV출시를 앞둔 LG전자, 소니 등 업체들이 3D 안경을 옵션으로 끼워 팔지, 별도로 판매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D TV 시장의 후발주자들이 무상으로 3D 안경을 지급할 경우 3D TV 시장의 '출혈경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미 중국에서는 '짝퉁' 3D 안경이 시중에 유통돼 팔리고 있다"며 "3D 안경 가격이 3D TV 시장 선점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합리적인 가격을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현주 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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