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목적이라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외부에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와 성적 공개 움직임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비슷한 취지의 정보 공개 청구가 잇따를 것으로 보여 개인ㆍ학교 성적 정보의 공개 범위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법원의 판단은 "성적 자료를 공개해 현실 개선에 활용하게 하는 것이 정보공개법의 목적에 더 부합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 등은 2005년 당시 교육부를 상대로 2002~2005학년도 수능 원자료와 2002, 2003학년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라며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학교 서열화와 사교육 조장 등의 이유로 기각했고, 이에 조 의원은 법원에 기각 취소 청구 소송을 내 2006년 9월 1심, 2007년 4월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승소 판결을 얻어 냈다.
재판부는 "시험 정보가 공개되면 학교 서열화, 사교육 심화 등 부작용이 생길지 모르나 학력차가 엄연히 존재하고 이미 사교육 의존이 심한 현실에서 시험 정보를 연구자 등에게 제공해 현실 개선에 활용하게 하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대법원 판결에 앞서 지난해 2월 전국 초중고의 학업성취도 결과를 16개 시도 및 180개 지역교육청 단위로 공개한 데 이어 4월에는 2005~2009학년도 수능 성적을 16개 시도 및 232개 시군구 단위로 분석해 발표했다. 교과부는 '성적 자료를 공개하라'는 1, 2심 판결이 나왔을 때 이를 반대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입장이 바뀐 것이다.
이후 교과부는 소송의 당사자인 조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에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수능 성적 자료를 줬고, 지난해 10월에는 일부 언론이 의원실에서 자료를 입수해 전국 고교별 수능 성적을 보도했다.
교과부는 다음달 초 지난해 10월 실시한 전국 초중고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다시 분석해 발표하고, 하반기에는 작년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7월 치러질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은 정보공시제법에 따라 개별 학교 단위로 홈페이지에 공개될 예정이어서 고교에 이어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성적 줄 세우기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개인 정보 보호, 학교 서열화 방지를 위해 성적 자료를 다 공개할 수는 없으나 법률 자문을 거쳐 어떤 범위와 방식으로 자료를 공개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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