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가 1일 내놓은 불법 인공임신중절 예방 대책은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낙태 수술 논란에 대한 정부의 첫 종합 계획이어서 발표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날 공개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5년 인공임신중절은 34만여건으로 신생아 수(44만명)의 77%에 달한다. 물론 여기에 강간 임신 등 예외적 조항에 따른 합법적 낙태가 포함돼 있지만 그 숫자가 매우 적을 것이란 점에서 낙태는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
문제는 정부 대책이 이런 심각성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달 19일 전재희 복지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불법 인공임신중절예방 사회협의체 첫 회의를 갖고 4월 중 사회협약을 도출하기로 한 상황에서 나온 대책치고는 긴박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비판이 가장 큰 대책 중 하나는 삼진 아웃제. 불법 낙태 광고를 3회 하면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 제명한다는 내용이다. 이원희 복지부 가족건강과장은 "의사회에서 퇴출되는 의사는 학회 논문을 포함한 정보 제한 조치 등을 받아 여러 가지로 불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산부인과병원의 말은 다르다.
병원이 의사회에서 제명돼도 경제적 손실이 없다는 것이다. 한 산부인과병원 관계자가 "퇴출된다 하더라도 의사 자격이 정지되거나 광고를 못하는 게 아니고, 학술 자료는 동료 의사한테 받으면 된다"며 "정부 대책에 그런 내용이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할 정도다.
불법 낙태 병원에 대한 신고센터 설치와 검찰 고발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복지부가 의지만 있다면 실태 조사를 하고 적발 의료 기관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정부가 사회적 파장을 걱정해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이래서 나온다. 복지부 내 전담 검사를 단장으로 한 청소년보호중앙점검단과 같은 조직을 둘 수 있는데도 이번 대책에는 빠져 있다.
청소년 미혼모 지원도 논란거리다. 저소득층(최저생계비의 150% 이하) 청소년 미혼모가 아이를 기를 경우 월 양육비 10만원(종전 5만원)을 지급하는 것인데, 이는 입양아 양육 가정 지원비와 같은 수준이다. 그간 시민 단체들은 친자식을 기르는 청소년에게 입양아 양육 가정보다 휠씬 많은 양육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복지부에 요구해 왔다. 또 매칭 적립급 역시 아이 양육조차 힘든 미혼모가 저축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물론 대책 수립 과정에서 복지부의 어려움은 이해가 된다. 법무부 검찰(전담검사제ㆍ단속 강화), 기획재정부(예산) 교육과학기술부(미혼모 교육) 등의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간의 내용을 종합해 4월 중 사회협약을 내놓을 목적으로 만든 종합 계획이란 점에서는 졸속 대책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낙태 근절을 주도하는 프로라이프의사회 최안나 대변인은 "정부 발표를 보고 어떤 의사나 임산부가 낙태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할지 의문"이라며 "예방 목표치도 없고, 실질적 단속 방안이나 예산 지원도 결여된 요식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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