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조지아 공장 준공식을 하루 앞둔 25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란타시에서 만난 GM 관계자는 현대ㆍ기아차의 빠른 성장세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저가차 생산 브랜드로 인식되던 회사였는데 현대차에 이어 이제 기아차마저 미국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게 됐다"며 "그들(현대ㆍ기아차)은 아주 치밀하고도 과감한 전략을 구사하는 경쟁자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기아차가 26일 미국 조지아 공장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로써 현대ㆍ기아차는 2005년 현대차의 앨라배마 공장(연간 30만대 생산능력)에 이어 두번째 미국 현지 생산체제를 가동, 자동차 본고장 공략을 위한 쌍발 엔진 체제를 갖추게 됐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464만대(현대차 311만대, 기아차 153만대)를 판매, 글로벌 톱5로 도약한 현대ㆍ기아차는 올해 판매목표를 540만대로 올려 잡았다. 세계경기 회복이 더딘 것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목표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도요타 리콜 사태는 현대ㆍ기아차에게 미국 시장에서 판매 신장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때마침 기아차 조지아 공장 준공을 계기로 현대ㆍ기아차도 60만대 현지 생산능력을 갖췄다.
미국 시장에서 경쟁자들과의 본격적인 대결 준비를 마친 셈이다. 현재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50만대 이상 갖춘 외국계 회사는 도요타(4개 공장, 135만대), 혼다(2개 공장, 102만대), 닛산(2개 공장, 94만대) 등 일본 3개 업체에 불과하다.
현대ㆍ기아차의 글로벌 생산체제도 한층 완성도를 높이게 됐다. 현대ㆍ기아차는 그동안 1997년 터키를 시작으로 인도(98년), 중국(2002년), 미국 앨라배마(2005년)와 슬로바키아(기아차ㆍ2006년), 체코(2009년) 등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2011년 예정으로 추진 중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올 상반기 착공하는 현대차 베이징3공장, 브라질 공장이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현대ㆍ기아차는 국내(311만대)를 포함해 향후 663만대의 생산능력을 보유, 글로벌 톱3의 자리도 넘볼 수 있게 된다. 특히 질적인 측면에서도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과 미국, 유럽 등의 선진 시장에서 균형 있는 생산능력을 갖춰 변화무쌍한 해외시장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 이날 준공식에서 정몽구 회장은 "세계 3대 시장인 유럽, 중국, 미국에서 연구ㆍ개발, 생산, 판매 및 서비스 등 전 부분을 현지화해 소비자와 시장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기아차 조지아 공장 준공식에는 소니 퍼듀 조지아 주지사, 색스비 챔블리스 연방상원의원, 린 웨스트모어랜드 연방하원의원,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 토마스 허바드 전 주한 미국대사, 한덕수 주미대사 등 양국 고위 관계자 500여명이 참석했다.
기아차는 2006년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시 일대 261만㎡ 부지에 10억달러를 들여 공장을 세웠고, 지난해 11월부터 쏘렌토R을 본격 생산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동반 진출한 기아차 조지아 공장과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은 134㎞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이와 관련 현대ㆍ기아차 고위관계자는 "곧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에서 생산하던 싼타페 물량 일부를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은 교차생산을 통해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한 대응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웨스트포인트(미국)=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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