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鳩山) 일본 총리가 민주당 정부 주요 정책의 하나인 '고교수업료 무상화' 대상에서 조총련계 학교인 조선학교를 제외할 필요가 있다는 의사를 내비쳐 파문이 일고 있다. 조선학교는 사실상 일본의 일반 고교로 인정받고 있지만 일본 총리가 "교과과정을 알 수 없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가며 애써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달 26일 조선학교를 고교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자신이 새 정부 구호로 내 건 '우애 정신'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 "국교가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어떤 교과내용인지 조사할 수 없다. (다른 학교와)똑같이 취급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를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론은 아직 내리지 않았지만 국교가 있는 나라의 사람들을 우선하는 것은 그렇게 무리하지 않은 이야기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국교가 없다는 얘기를 한 것은 납치문제 등으로 일본이 북한을 제재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때문에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하면 논란이 생길 수 있어 교과내용을 알 수 없다는 이유를 둘러댄 것으로 여겨진다. 대북 제재를 이유로 조선학교를 무상화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처음 주장한 납치문제담당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국가공안위원장은 "성원해주어 고맙다"고 반겼다.
하지만 하토야마 총리의 '조선학교 배제론'은 현실을 모르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東京) 기타(北)구 도쿄조선중고급학교 신길웅 교장은 "교과 내용을 계속 공개해왔고 언제든 학교 시찰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은 전했다. 교육과정을 감춘 적도, 조사를 막을 의사도 전혀 없다는 말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미 다수의 일본 대학은 조선학교 교육을 고교과정으로 인정해 별도 고졸인정시험 없이 수험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정식학교가 아니라 어학전문학교 같은 '각종(各種)학교'로 분류되는 조선학교는 일본 전국에 73개교가 있다. 이중 고교과정인 고급학교는 10개교에 학생은 2,000명 정도이며 이 중에는 한국 국적 학생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조선학교까지 포함해 고교무상화 예산을 편성해놓고 세부 적용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문부과학성 장관조차 "총리의 진의를 모르겠다"며 심의 전에 총리가 먼저 방향을 제시한 데 당황하는 눈치다. 조선학교가 결국 무상화 대상이 되더라도 이미 공개된 하토야마 총리의 설 익은 발언은 인권침해로밖에 볼 수 없어 두고두고 비판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 "나도 원전 세일즈"
한국과 러시아 등이 정상 외교를 통해 해외 원자력 발전 수주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일본도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인 베트남에 총리 친서를 보내는 등 원전 수주에 정치권이 적극 나설 움직임이다.
하토야마(鳩山) 총리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베트남 원전 건설 계획과 관련해 일본 기업의 수주를 위해 직접 '정상 세일즈'에 나설 의사를 밝혔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번 주 초 응엔 떤 중 베트남 총리에게 친서를 보내 일본 원전 구매를 요청하고 이후 정상 전화회담이나 특사 파견도 검토 중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친서에서 일본 정부가 민간 기업과 공동으로 해외 원전 사업화 조사를 전담하는 새 회사를 설립할 계획을 설명하고 일본 기업이 원전 공사를 수주할 경우 기술 이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베트남과 원자력 협정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하토야마 총리는 "정부가 힘을 쏟아 원전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원전을 수주한 한국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가격 조정까지 해가며 실권자와 협상했고, 최근 베트남 1차 원전 공사를 사실상 수주한 러시아가 군사 협력을 중요한 카드로 활용하는 등 "정부 지원 없이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중부 닝투언성 등 두 곳에 원전 4기 건설 사업을 추진 중인데 1차 공사는 러시아 로사톰사가 사실상 수주했고 현재 7,000억엔(9조800억원) 규모의 2차 공사를 놓고 일본을 비롯해 러시아, 프랑스 등이 경쟁하고 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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