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기만 한 현실에 연극은 왜 필요한가. 지난해 6월 5일 옛 명동국립극장을 복원, 개관 1주년을 맞은 명동예술극장이 2010년 시즌작을 발표했다. 첫 작품으로 택한 '유랑극단 쇼팔로비치'는 연극의 본질을 천착한다.
세르비아(옛 유고 연방)의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점령 하 세르비아의 작은 마을인 우지체에 와 연극을 공연하려는 유랑극단 배우들과 마을 사람들의 갈등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이 국내 정규 무대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다.
'밤으로의 긴 여로' '맹진사댁 경사' 등에 스타급 배우들을 동원, 중장년층을 위한 고전작을 위주로 무대를 꾸몄던 명동예술극장이 이번에는 '주인공 없는 무대'를 선보인다. 이정미, 김명수, 정나진, 김정은 등 연기력이 확인된 배우들에게 마을 사람이나 독일 점령군 등 익명의 인물을 맡겨, 앙상블의 최대치를 구현한다는 의도다. 소리 훈련과 신체 훈련 등 연기의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는 것은 그래서다.
세르비아의 국민작가 류보미르 시모비치(75)가 1975년에 발표한 이 작품은 동구권을 중심으로 인기 상연작의 위치에 올랐다. 1998년 공연아카데미 졸업공연으로 이 작품을 국내 첫 상연했던 이병훈이 다시 연출을 맡는다. 3월 5~28일. 1644-2003
지난해 6월 화제 속에 문을 연 명동예술극장은 배우 재교육 프로그램 '명동 배우 수업', 일련의 기획작 공연 등 연극 전문 제작 극장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저간의 성과를 점검하는 이 무대는 기획 시리즈 '한국 현대 연극 풍경'의 첫 작품이다.
향후 '오장군의 발톱(박조열 작ㆍ이성열 연출), '광부 화가들'(리 홀 작ㆍ이상우 연출) 등이 예정돼 있다. 하반기 무대로는 지난해 차범석희곡상 수상작인 정경진의 '푸르른 날에'(연출 구태환)와 재일교포 극작가 정의신의 '깨어진 꿈'(가제, 연출 손진책) 등을 준비 중이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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