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마음을 흠모하는 것
줄 서는 것 떠드는 것
시간이 시간을 핥는 것
서서히 차오르는 것
그러고도 모른 체하는 것
소멸하는 것으로 존재하는 것
그러니까 뼈를, 그것도 목뼈를 살살 분질러뜨리는 것
서서히 떨어지는 속도를 보이는 것
새를 참견하는 것
주책없이 경치에 빠지는 것
장막 하나를 찢어 지독하게 덮어버리는 것
견딜 수 없이 허우적대는 것이 스스로의 요구인 것
의욕하자니 힘이 되는 것
왼쪽으로 갈까 오른쪽으로 갈까
방향을 얼버무리는 것
모퉁이를 돌기 위해 짐을 꾸리거나
주변을 무겁게 하지 않는 것
주소를 버리고 눈을 감는 것
사랑은 산책하듯 스미는 자,
산책으로 젖는 자
● 사람들로 북적대는 술자리를 몰래 빠져나와 골목길을 보고 서 있는 일은 저만의 호젓한 즐거움입니다. 골목길로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죠. 술 취한 사람도 있고, 우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대부분은 무표정한 얼굴의 도시인들. 고개를 들면 좁은 하늘로 별들이 보일 때도 있고, 보이지 않을 때도 있어요. 다시 술자리로 돌아가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닥치는 대로 떠들겠지만, 돌아가더라도 조금만 더 있다가 돌아가겠다고 생각하면서 빈둥거리는 밤의 한때. 하루 중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유일한 시간이랄까요. 주책없이, 허우적허우적, 마음을 얼버무리면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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