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전쟁 중 징용됐다가 일본 패전 후 한국으로 귀국하면서 받지 못한 후생연금 탈퇴수당으로 지난해 말 99엔이 지급된 데 항의해 양금덕(78) 할머니가 24일 지원자들과 함께 후생노동성과 민주당을 방문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양 할머니는 이날 호소카와 리쓰오(細川律夫) 후생노동성 부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탁자 위에 99엔어치 동전을 늘어 놓고 “징용으로 2년간 일해 임금도 받지 못하고 고통과 눈물의 65년을 보냈는데 받은 돈이 이것 뿐”이라며 “만약 당신의 어머니나 누나가 같은 경우를 당했다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일본 정부의 사죄와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호소카와 부장관은 “저 개인의 심정으로는 정말 실례되는 금액이라고 생각한다”며 “요청하시는 것을 장관에게 제대로 전하겠다”고 말했다.
양 할머니는 국회에서 곤노 아즈마(今野東) 민주당 부간사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99엔을 늘어 놓고 항의했다. 곤노 부간사장은 “불쾌하게 만들어 죄송하다. 성의 있는 대응을 하도록 후생성에 전달하겠다”며 “하루라도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당 차원의 대응을 검토할 뜻을 표시했다.
앞서 양 할머니는 도쿄(東京)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본사를 방문해 징용 피해에 성의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으나 미쓰비시는 체불 임금 문제는 한일협정으로 이미 해결됐고 후생연금 탈퇴수당은 정부가 판단할 문제라는 기존 답변을 되풀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후생성 산하 사회보험청은 13, 14세에 근로정신대로 징용돼 일본 나고야(名古屋)시 미쓰비시중공업 등에서 강제 노역한 양 할머니 등 7명에게 지난해 12월 연금탈퇴수당으로 99엔을 지급했으나 화폐가치 변동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어이없는 액수에 당사자들은 수령을 거부하며 반발하고 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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