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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예견된 교육계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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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예견된 교육계 비리

입력
2010.03.0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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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의 선전으로 국민이 행복감에 젖어 있는 와중에 교육계 비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하나는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이 금품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율형 사립고 입시부정이다. 앞의 것이 매관매직이라는 ‘전근대적인’ 관료제적 병폐라면, 뒤의 사건은 교육 당사자인 학부모와 학교가 연루된 입시부정에 속한다. 이 두 사건을 통해 우리 교육의 과거 악습과 현재 앓고 있는 교육공동체의 중병, 앞으로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구조적 병폐 새삼 드러나

공정택 전 교육감의 뇌물수수 혐의가 사실이라면, 이는 초ㆍ중등학교 행정 체제의 고질적 치부를 드러낸 것이다. 이 사건은 표면상 교장 승진을 원하는 일부 관료지향적 교육자의 왜곡된 출세욕과 이를 악용하는 교육행정 수반의 부패 행태가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학교 행정체제에서 교육적 전문성의 신장을 해치는 수직적 관료제에서 기인한 구조적 병폐로 볼 수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가지 학교장 선출방안이 제시되었고 공모제와 같은 개방형 모델도 실시해 보았지만, 수직적인 관료구조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교육계에서는 교장 보직제가 대안으로 다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교장 보직제는 평교사들이 임기제로 학교 행정을 맡고 다시 평교사로 돌아가는 방안이다. 이는 현재의 평교사 트랙(track)과 교감 및 교장과 같은 행정 트랙을 엄격히 구분하지 않음으로써 교육 본위의 학교 풍토를 조성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진다.

지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나타난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혼탁한 선거전을 회고해보면, 이 사건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당시 교육감 선거는 사실상 전형적인 정치적 대결구도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 교육감 후보자의 경륜이나 정책이 이슈가 되지 않았다. 단지 정파 간의 대리전 양상을 띠면서 충분한 인물 검증이 없었다. 후보 선택에서 미래의 능력을 예견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부패구조에 어울리는 인물이 누군지 식별하기는 수월하지 않았을까?

자율형 사립고 입시부정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사건이다.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자율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의 부정 추천자는 약 250명으로 파악되었다. 전체 합격자가 388명이니까 65%에 가까운 수치다. 문제는 입학사정관 제도를 악용한 비리라는 것이다. 사회적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귀족학교라는 비난에 급히 대응하느라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20%나 높게 책정하여 정원을 채우지 못해 무리한 입학전형을 초래한 서울시 교육청의 책임은 면할 길 없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서 핵심적인 입시제도인 입학사정관제도가 우리의 교육병을 치유할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이 이미 자주 지적되었다. 미국식 입학사정관제도가 우리 학교 현실에 적용되었을 때, 긍정적인 측면의 이면에 부작용은 충분히 예견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제도의 속성을 ‘양날의 칼’ 혹은 ‘이율배반’이라고 평가했던 것이다. 이번에는 중등학교 수준에서 그 부작용이 드러났지만, 장차 대학 수준에서도 반복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정책 부작용 최소화해야

모든 제도가 그러하지만, 특히 교육제도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제도가 갖고 있는 취지의 정당성은 모두 화려하다. 제도의 성공 여부는 그러한 추상적인 내용보다는 실제 혹은 현실과의 조응(調應) 여부에 있다. 장기 이식수술에서 유기체의 거부 반응이 결정적이듯이, 제도의 부작용을 충분히 예견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맞추어 수없이 다듬는 것이 정책 실현의 최우선 과제이다.

부디 교육제도를 선거판 슬로건처럼 다루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 교육현실을 반복된 시행착오의 실험장으로 다루지 말자.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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