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증시 리포트를 몇 개 언어로 쓰나요?"
지난달 말 삼성증권 본점에 모인 18명의 외국인들은 궁금한 게 많아 보였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이 "한글과 영어로 리포트를 쓴다"고 대답하자, 이번엔 리서치 센터 규모, 모닝 미팅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들은 삼성증권 해외법인 소속 현지직원들. 삼성증권이 해외법인 직원들을 위해 마련한 '경력입문 과정'참석차, 본사를 방문한 이들이었다.
국내 증권사들이 외국인 직원 교육에 공을 쏟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나고 본격적인 해외진출에 나서면서, 현지법인 소속 외국인 직원들을 '내 식구'로 만들기 위한 교육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로 발돋움 하려면 외형성장 못지 않게 기업정신과 목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 까닭이다.
삼성증권은 홍콩 상하이 런던 뉴욕 법인의 외국인 직원 63명을 세 팀으로 나눠 2월 초부터 2박3일 과정으로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8월 홍콩법인을 확장하며 52명의 외국인 임직원을 뽑았는데, 늘어난 외국인 직원들과의 기업문화 공유가 각국 법인간 효율적인 공조의 기초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교육 일정은 언뜻 보기에도 '삼성맨'만들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첫째 날 거제도에서 삼성중공업을 둘러보는 것을 시작으로 둘째 날은 인력개발원에서 '삼성의 역사와 핵심가치'강의를 듣고 마지막 날은 수원의 삼성전자를 방문한다. 교육을 총괄한 박현진 인재개발팀 과장은 "삼성전자나 삼성중공업은 홍콩에 잘 알려져 있지만 삼성증권은 인지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라며 "증권 직원들도'삼성 가족'임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2008년 홍콩과 베트남에서 해외법인을 확장한 미래에셋증권도 '미래에셋인(人) 만들기'과정을 진행해왔다. 한국에서 두 달간 진행되는 약 280시간의 교육프로그램으로, 지난해 8월~10월에는 베트남법인 직원 20여명이 참여했다.
미래에셋의 역사와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교육의 1차 목표. 이와 함께 한국 자본시장과 산업에 대한 이해, 한국 전통 문화 체험, 한국어 회화 등 한국 배우기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이러한 교육은 외국인 직원들이 위화감 없이 조직에 적응하도록 돕고, 한국 본사와 해외 법인간 원활한 업무교류의 바탕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들은 아직 교육을 시킬 만한 해외법인직원 자체가 많지 않지만, 향후 해외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본격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해외 법인 직원들이 기업의 역사를 알고 장기적인 목표를 공유한다면 회사에 대한 로열티(충성도)도 더 높아질 것"이라며 "해외 법인과 리서치 자료, 고객 공유 등 업무차원의 교류를 활성화해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목표의식 공유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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