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장기기증을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못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장기기증을 활성화하려면 전문가 양성은 물론 기증자를 설득할 수 있는 단계별 시스템이 마련돼야 해요. 대중매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광고효과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고요."
앳된 목소리로 쏟아놓는 당찬 주장이 '청산유수'다. 27일 열린 '제1회 장기기증 에세이 대회'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경기 과천외고 3학년 오송희(18)양.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본부장 박진탁)와 청소년 모의 세계보건기구가 1월말 개최한 이 대회는 전국 고교생을 대상으로 장기기증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양이 '장기기증과 생명존중'을 주제로 쓴 에세이는 열살 때부터 5년간 중국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며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 토론했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
오양은 에세이에서 "우연히 외국TV프로그램에서 장기기증 관련 캠페인을 본 뒤 외국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너나 할 것 없이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며 "반면 국내 학생들은 장기기증에 대한 지식조차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스웨덴 등 선진국의 경우 정부가 직접 장기기증 관련 전문인을 양성해 기증하려는 사람들과 수혜자, 의사 간의 중간단계를 만들어 설득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데, 한국에서는 기증을 하고 싶어도 잘 알지 못해서 실천을 못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오양은 "선진국처럼 장기기증 관련 기관과 병원 등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효과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학교에서 교과목 개설 등 교육지원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밖에 장기기증에 동참하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혜택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학입시에서의 가산점과 세제혜택 등을 예로 들었다.
오양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장기기증등록을 약속했다. "국내에는 아직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뿌리내려 있지만, 지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장기기증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임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자신의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타인의 생명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하니까요."
오양은 앞으로 "이번 에세이처럼 말과 글을 통해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토론하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는 이번 에세이 대회를 시작으로 4월부터 일선 중ㆍ고교를 대상으로 장기기증 교육 및 홍보, 봉사체험 활동 등 '스쿨장기기증'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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