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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김상곤 효과

입력
2010.03.0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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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퀴즈 하나. 서울대 총학생회장-한신대 교수 출신, TV에 거의 안 나오고 얼굴도 잘 안 알려졌지만 이름은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람, 지난 10개월 동안 신문 사설에 40번 넘게 거론된 화제의 인물, 그렇다고 대중정치인도 아닌 이 사람은? 답은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다.

지난해 5월 보궐선거에 당선된 이후 그는 늘 뉴스메이커였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언론에 등장하고 도마에 오르고 시비거리가 됐다.

진정한 교육자치 가능성 제시

이번 지방선거에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초ㆍ중학생 무상급식도 애초 그가 제기한 이슈였다. 부잣집 아이든, 가난한집 아이든 예외 없이 학교에서 점심을 제공하자는 정책은 파격적이었다. 도의회의 벽에 부닥쳐 통과되지는 못했으나 “무상교육의 연장”이라는 논리가 점차 공감대를 얻으면서 야당이 지방선거에서 당론으로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는 불씨가 여당으로까지 번져 일부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에 놀란 당 지도부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서둘러 반대입장을 정했지만 점진적인 실시를 주장하는 당내 중도파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체벌 금지, 두발 자유를 비롯해 교내에서 집회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아 교육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학생인권조례 제정도 김 교육감이 오래 전부터 준비한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시국선언 교사 징계 요구에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징계를 유보하는 등 교육정책 논란의 중심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를 바라보는 시각과 평가는 극단을 달리고 있으나 교육감의 권한이 이토록 대단한 줄 몰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교육감은 누가 하든 관계없는 단순한 행정의 영역으로만 인식됐다. 그러나 김 교육감은 교육을 가치와 이해가 경합하는 정치의 영역으로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끊임없이 이슈를 생산하고 담론화해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증폭시키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잊어버릴 만하면 각종 비리로 구속되는 교육감들을 보고 물이 엄청 좋은 자리라고만 생각했던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그가 당선됐을 때 “1년2개월짜리 교육감이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비아냥댔던 보수진영은 “한 명의 진보교육감이 어떤 파워와 상징을 보여줄 수 있는지 뼈저리게 각인시켜 줬다”며 허탈해했다.

실제 교육감이라는 자리는 ‘교육 소(小)통령’으로 불릴 만큼 영향력과 권한이 막강하다. 예산 집행권과 초ㆍ중등 교장 및 교사 인사권, 교육과정 운영, 조례안 작성, 특목고ㆍ자립형 사립고 인가권 등 교육에 관한 대부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서울시를 예로 들면 임기 4년간 초ㆍ중ㆍ고교 교장ㆍ교사 등 교직원 5만여명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다. 올해 서울시교육감이 집행하는 예산만 해도 6조3,158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육감 선거는 관심 밖이었다.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 치러진 2007년 부산에서의 투표율은 15.3%였고, 충남 서울 대전 경기 등 다른 지역도 20%를 넘지 못했다. ‘그들만의 리그’에 수백억 원을 들여 선거를 치를 필요가 있느냐는 선거무용론이 나오기도 했다.

교육감 선거 국민 관심 높여

그러던 것이 김 교육감이 등장해 교육계를 들쑤셔 놓자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이른바 ‘김상곤 효과’다. 오히려 이번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자칫 보수-진보간 이념대립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그러나 중앙에서 지시하면 지방에선 일방적으로 집행하는 데 그쳤던, 그래서 붕어빵처럼 똑같이 이뤄지던 틀에 박힌 교육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거라는 기대를 갖게 된 것은 다행스럽다.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자양분으로 사상 초유의 16개 시ㆍ도교육감 동시선거를 통해 진정한 교육자치가 가능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제2, 제3의 김상곤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이충재 편집국 부국장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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