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 문학이 달라져야겠다. 일상을 절대시하는 편견을 버리자. 일상의 작은 이야기와 함께 진짜 이야기, 큰 이야기, 강한 이야기도 이제는 복원되어야 하겠다."
소설가 현기영(69ㆍ사진)씨가 한국문학의 '미시(微視) 서사' 경향을 강하게 비판하며 정치사회적 억압에 맞서는 문학의 역할을 회복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2000년대 첫 10년 간 한국문학의 동향, 성과를 분석하는 작업이 활발한 가운데 나온 원로 작가의 고언이어서 그 파장이 주목된다.
현씨는 이번 주 발간되는 계간 '실천문학' 봄호에 세평(世評)을 기고, "(한국문학은) 모기 다리에 털이 몇 개인가를 따지는 미시 서사로 한없이 졸아들어 독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읽히는 것이라곤 본격 문학을 가장한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상업주의 문건들"이라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처럼 소비향락적 대중문화와 몸을 섞은 문학의 한국판 아류들이 지금 문학의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일갈했다.
현씨는 "현란한 엔터테인먼트 뒤로 과거가 급속도로 폐기되면서 수없이 많은 슬픔이 해명되지 않고 있다"면서 "예컨대 박정희 시대의 공포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이 없다는 것은 한국문학의 수치"라고 했다. 그는 차우셰스쿠 독재 치하의 루마니아를 소설로 형상화한 헤르타 뮐러, 흑인 노예의 비참한 삶을 다룬 토니 모리슨 등 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를 예로 들면서 "과거 속에 진짜 이야기가 있으며, 문학은 형식의 새로움과 아름다움을 갖추고 이를 복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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