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제 2화장시설인 서울추모공원이 10년여 간의 진통 끝에 25일 첫 삽을 떴다.
서울시는 이 날 서초구 원지동 68번지 일대 17만1,335㎡의 부지에 들어서는 서울추모공원 건립 기공식을 가졌다. 시는 2,388억원을 투자해 2012년 4월까지 화장로 11기를 갖춘 화장장(3만6,453㎡)과 가족공원(5만8,336㎡)을 건립한다. 2014년에는 부지 입구에 국립의료원이 포함된 종합의료시설도 들어선다. 시는 추모공원이 가동되면 2020년까지 예상되는 92% 화장률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첨단 친환경 시설
시는 화장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주민 정서를 감안해 화장로를 지하에 건설하는 등 추모공원의 외부 노출을 최대한 줄였다. 추모공원 주변에 수림대를 조성해 외부에서는 공원을 볼 수 없도록 설계했고, 진입도로도 터널 형태로 만들어 터널을 통과해야만 공원에 이를 수 있도록 했다. 가족공원을 진입도로에서 가까운 곳에 조성하고 부지 가장 안쪽에 화장시설을 건립하는 선형 형태 공원을 꾸미는 등 화장시설을 '요새화'했다.
시는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첨단시설을 갖추고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화장시설이란 점을 특히 강조했다. 화장로 소각 때 발생하는 매연, 분진 그리고 다이옥신 등을 제거하기 위해 연소설비와 가스냉각설비, 통풍설비 건설에 첨단기술이 도입됐다. 또 태양광발전기와 지열시스템 등을 통해 냉난방을 100% 자체 충당하는 '탄소 제로화'도 시도한다. 신면호 복지국장은 "외부로 배출되는 유해가스 양을 정부기준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무연 무취 무해' 시설로 만들겠다"고 했다.
착공까지 우여곡절
추모공원 건립 계획은 1998년 11월 발표됐지만 기공식을 갖기까지는 10년 이상 걸렸다. 서울의 화장시설이 23기의 화장로를 보유한 경기 고양시 벽제화장장이 유일해 처리능력이 한계치를 넘어섰지만 화장장을 혐오시설로 여기는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2001년 7월 원지동이 최종후보지로 결정되자 수년 동안 화장장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옥외집회와 1인 시위가 계속됐다. 기관협의도 150여 차례나 열렸다.
시는 당초 20기의 화장로를 추가로 건설하려고 했지만 5기를 고집하는 서초구의 반발로 11기를 짓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종합의료시설과 가족공원 건립을 '당근'으로 제시해 주민들을 설득했다. 주민들과 서울시의 법적 분쟁도 2007년 4월 추모시설 건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대법원 확정 판결로 간신히 매듭 지었다.
현재 주민들과의 갈등은 각종 지원대책과 대화를 통해 대부분 해결됐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다만 화장장 인근 일부 주민들이 내곡지구에 들어서는 보금자리 주택으로 이주해 달라고 요청해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다.
앞서 SK그룹은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부지에 화장장 건립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돼 새로 건설되는 세종시를 선택했다. SK는 500억원을 들여 화장로 10기를 갖춘 '은하수공원 장례문화센터'를 지난달 완공해 세종시에 무상 기부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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