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8.8의 강진에도 불구, 사망자가 수 백명에 그치는 등 칠레 지진 피해가 예상보다 크지 않은 이유는 뭘까. 지난 1월 23일 발생한 아이티 지진은 규모 7.0이었지만, 23만여명(추정)의 목숨을 앗아갔다. 칠레 지진은 이보다 최고 1,000배나 큰 위력을 지녔지만 피해 규모는 1,000분의 1 수준이었다. 엄격한 건물 내진 설계와 잘 갖춰진 위기 대응 시스템으로 사망자를 대폭 줄이면서 지진 발생 반나절만에 안정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진의 특성이 아이티 때와는 달랐다. 진앙은 인구 밀집지역인 제2의 도시 콘셉시온에서 115km 떨어져 있었고, 수도 산티아고와는 325km의 거리가 있었다. 아이티의 경우 진앙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불과 15km 지점이어서 피해가 엄청났다. 미 마이애미대학의 지질학자 팀 딕슨은 "직격탄을 맞은 포르토프랭스와는 달리, 칠레는 상대적으로 거리도 떨어져 있고, 지질도 단단한 편"이라고 강조했다.
건물들도 아이티와는 차원이 달랐다. 칠레는 건축법규가 엄격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진 전문가들을 보유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입증하듯 파괴된 건물 대부분은 붕괴되지 않고 강철 골격이 엿가락처럼 휜 모습을 보였다. 미 퍼듀대 지구 물리학자인 에릭 칼라이스 교수는 AP통신에 "지진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사람을 죽이는 건 건물들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잦은 지진에 대한 철저한 대비도 피해를 줄인 요소로 꼽힌다. 칠레는 '불의 고리(Ring of Fire)'라고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위치해 오랫동안 지진에 시달려 왔다.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지진 발생 직후부터 분단위로 피해 상황 등을 국민에게 직접 알렸다. 미 시사주간 타임은 세계 최악의 지진국 칠레의 사례는 '지진재해 극복의 새 전기'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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