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을 맞아 여론조사기관과 언론사들이 보도한 국정수행 지지율 추이를 보면 MB의 지난 2년 영욕이 그대로 드러난다. 취임 초 50% 남짓으로 시작한 지지율은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전후로 내리막길를 걷다가 광우병 촛불시위의 정점인 2008년 여름 20%대 초반까지 추락했다.
이후 국정쇄신 개각을 통한 민심 수습으로 다시 상승세를 탄 지지율은 경제위기 처방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 해 말 30%를 넘었고,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정국을 지나 2009년 여름까지 30%대 중ㆍ후반에서 안정적 등락을 거듭한다.
■ 이 대통령이 '근원적 처방'이란 카드를 꺼내든 것은 그 즈음이다. 당시 언론이'경청과 숙고 모드로의 전환'이라고 표현한 라디오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와 국민통합을 시대정신으로 꼽으며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근원적 처방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청와대는 '친서민 중도실용주의'를 국정기조로 공식화했다. 세종시 문제가 정국 현안으로 급부상한 것은 정운찬 총리가 임명과 함께 돌연 총대를 멘 9월 초이지만, 근원적 처방에 이미 세종시 문제가 포함돼 있었고, 정 총리를 그 그림에 끌어들였다고 보는 게 맞다.
■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몇 가지 조건과 설정을 가미해 교훈을 얻을 수는 있다. 만약 이 대통령이 근원적 처방을 고민하던 때에 박근혜 의원을 비공개로 만나 세종시 문제에 대한 자신의 소명의식과 진정성을 전하고 피차 양해 가능한 선을 모색했더라면? 정운찬 총리가 자리 제안에 실린 전도사 역할 요청을 느꼈을 때 'My Word is My Bond'라는 경구를 앞세워 자신의 의지와 능력을 벗어난 사안이라고 분명히 잘랐다면? 현 정권은 박근혜 세력의 지원 없이는 거의 일을 할 수 없는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음을 진작에 깨달았다면?
■ MB정부는 역대 어떤 정부보다 좋은 성적표를 들고 집권 3년차를 맞았지만, 세종시 분란으로 출발부터 격랑에 휩싸여 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은 폭발성 강한 개헌문제까지 얹었다. 치명적 권력형 비리나 의혹은 없다고 해도, 소명과 과신이 빚어내는 '집권 3년차 신드롬'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 마지막 1분까지 레임덕은 없다고 수 차례 강조해왔지만, 국정의 전선을 이렇게 벌여놓고 어떻게 관리하고 수습하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이 대통령 임기에 일류 선진국가로 가는 길을 완전히 닦는 것은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