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지진 여파로 국제 구리가격이 들썩였다.
세계 최대 구리수출국인 칠레에 덮친 재앙이 공급부족 사태를 일으킬 것이라는 예상에 1일 중국 상하이 선물시장에서 구리선물가격이 장중 한때 일일 제한 폭인 5%까지 올라 톤당 6만1,150위안(약 1,038만원)으로 치솟으며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구리 가격도 한때 5.6% 오른 톤당 7,600달러(약880만원)를 기록했다. 이에 앞서 뉴욕 상품거래소에서는 28일 시간외 거래에서 5월물 선물가격이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진 발생 하루만인 28일부터 조업을 중단했던 구리광산들이 부분적으로 작업재개를 시작하면서 폭등현상은 진정됐다. 하지만 광산 현장의 직접적 피해보다는 도로와 전력망의 손실로 인해 공급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여 구리 가격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망했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업체 코델코가 소유하고 있는 구리 광산 중 최대 규모인 엘 테니엔테 광산은 이번 강진으로 작업을 중단했다가 28일부터 부분적으로 조업을 다시 재개했다. 이 광산의 책임자는 “전력공급 회복 속도가 생산 정상화 시기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엘 테니엔테는 연간 40만톤의 구리를 생산하는 칠레 4번째 구리광산으로 전국 생산량의 7%를 차지한다.
다행히 칠레 최대 구리광산은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중간 규모 광산들의 피해가 커 공급량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씨티그룹 분석가 데이비드 터텔은 “광산의 생산량 감소 피해는 미미하겠지만, 도로 파괴 등으로 인한 원석 공급 차질과 광산에 전력 공급 차질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남미에서 가장 경제가 발전한 칠레에 몰아 닥친 지진은 구리 이외에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예상 피해액 최대 300억달러는 칠레 국내총생산(GDP)의 15%에 해당한다. 당장 외환전문가들은 피해 실상이 파악되는 대로 칠레 페소화에 대한 매도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또 이번 지진 피해지역에 주요 산업시설과 경작지가 모여있어 향후 칠레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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