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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서평은 주례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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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서평은 주례사가 아니다

입력
2010.03.0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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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서평 블로거 7명이 공동 성명을 냈다. 요지는 이렇다. 서평은 주례사가 아니다. 서평 블로거는 출판사 홍보 대리인이 아니다.

이 성명은 서평 블로거 '연필한다스'가 자신의 블로그에 만든 '멋대로 신간 욕하기' 코너에 혹평을 올렸다가 악플에 시달린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신이 뭔데 함부로 혹평을 하느냐, 저명 평론가인 양 착각하지 말라"는 인신공격성 악플에 연필한다스는 11일 '책을 읽는 블로거에게 묻습니다'라는 칼럼을 써서 서평의 역할에 대한 공론을 일으켰다. 서평 이벤트나 신간 홍보용으로 받은 책은 좋게 평가해야만 하나, 혹평은 너무 잔인한 일인가, 블로그에는 좋아하는 책 좋은 책만 올려야 하나. 서평의 역할과 서평 블로거의 자세를 묻는 이 질문에 댓글과 트랙백으로 많은 의견이 오갔다. 블로거는 비평할 자격이 없다, 공짜책은 혹평하면 안 된다는 감정적인 주장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서평의 올바른 역할과 자세를 돌아보는 진지한 의견이 더 많았다.

그중에 "무분별한 호평보다 분별있는 혹평이 더 귀하다"는 한 블로거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리고 내심 뜨끔했다. 언론의 서평은 과연 제몫을 바르게 하고 있는가 싶어서.

서평은 다이제스트가 아니다. 단순 독후감도 아니다. 지은이와 정신적으로 씨름해가며 나름대로 곱씹어 보고 맛은 어떤지, 뭐가 부족하고 뭐가 좋은지, 출판 지형에서 차지하는 의의는 무엇인지 살피고 가려야 제대로 된 서평이라고 생각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마구 칼을 휘둘러서도 안되고, 주례사에 그쳐서도 안 되는 게 서평이다. 엄격한 기준과 성실한 비평. 어렵지만 그게 정도일 것이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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