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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착한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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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착한 가격

입력
2010.03.0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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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히말라야 원정대를 따라갔다 귀국하기 전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선물을 샀다. 상인들이 요구하는 가격엔 절대 사지 말라는 선배 산악인의 충고가 있었다. 무조건 절반 이하로 깎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배운 대로 선물들을 사고 그곳 최대 규모인 타멜시장을 빠져나오다 길거리 구석에서 한 사내가 팔고 있는 조그만 불상을 보았다.

크기는 작았지만 매우 정교한 불상이었다. 불심이 깊은 어머니에게 좋은 선물이겠다 싶어 가격을 물었다. 검은 눈의 사내는 100불이라고 했다. 가진 돈이 얼마 되지 않았기에 나는 10불이면 사겠다고 했다. 흥정이 계속되고 사내는 50불까지 가격을 내렸지만 나는 등을 돌려버렸다. 사내는 다시 나를 붙들고 나는 뿌리치고 하다 결국은 10불에 그 불상을 샀다. 물건을 주고 돈을 받는 사내에게서 슬픔이지 분노인지 모를 눈빛을 보았다.

그땐 의기양양했지만 그 일이 큰 죄였다는 것을 곧 알았다. 나 같은 나쁜 소비자로부터 저개발국가의 빈곤한 생산자를 돕는 운동이 공정무역(fair trade)이다. 생산자에게나 소비자에게나 정직한 가격으로 주고 받게 하는 것이다. 지난 밸런타인데이에 후배에게서 공정무역을 표방하는 시민단체가 판매하는 ‘착한 가격’의 초콜릿을 선물받았다. 한 조각 깨어 무니 입안은 물론 영혼까지 달콤해져 행복했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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