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빙질과 연습 때의 실수에서 비롯된 불안감은 2분50초 뒤 흔적 없이 사라졌다.
김연아(20ㆍ고려대)가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올라 금메달로 이르는 첫 단추를 잘 끼웠다. 그것도 역대 최고점으로 가장 높은 계단에 오르며 경쟁자들을 주눅들게 했다. 지난해 5개 대회 가운데 4차례나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오를 만큼 기선 제압이 돋보였던 김연아는 최고 무대 올림픽에서도 '강심장'을 뽐냈다.
김연아가 시니어 데뷔 후 쇼트프로그램 1위를 기록한 대회는 16개 중 12개. 이 중 9차례나 그대로 합계 1위를 지켰다. 2위 아사다 마오(20ㆍ일본)의 73.78점과는 4.72점차. 크지 않은 격차지만, 금메달에 바짝 다가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24일 퍼시픽 콜리시엄에서 열린 밴쿠버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30명 중 23번째로 링크에 나선 김연아는 영화 '007'시리즈 주제곡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주특기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를 깔끔하게 성공하더니 트리플 플립 역시 깨끗하게 소화했다.
트리플 플립은 지난해 올림픽 프로그램으로 나선 3개 대회에서 번번이 아쉬움을 남겼던 점프. 이날 오전 트라우트 레이크 센터에서 열린 공식 연습에서는 트리플 플립을 뛰다 크게 넘어져 펜스까지 미끄러지는 아찔한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기본점수 5.5점에다 1.2점의 가산점을 받을 만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자신도 '클린'을 확신한 듯 착빙하자마자 잠깐 코를 찡긋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후 스핀과 스파이럴 시퀀스, 스텝 시퀀스 등 나머지 6개 과제를 흠잡을 데 없이 마친 김연아는 자신의 연기에 만족한 듯 1만5,000여 만원 관중의 우레 박수에 손 인사와 미소를 건넸다.
곧이어 뜨는 78.50의 놀라운 점수. 다시 터진 관중의 박수에 일어서서 손을 흔든 '본드걸' 김연아는 오른 주먹을 꽉 쥐어 임무 완수를 알렸다.
밴쿠버=양준호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