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어선이 잡은 참치 200억원 상당을 운반과정에서 빼돌린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형 수산물 절도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4일 원양 냉동참치 202억원 어치를 절취한 혐의(특가법상 절도)로 부산 사하구 A수산 대표 장모(55)씨와 B계량소 대표 임모(59)씨 등 5명을 구속하고, C수산물가공업체 대표 강모(42)씨 등 1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장물처분책 이모(50)씨 등 2명에 대해 사전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운반지휘책 유모(45)씨의 행방을 좇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현장지휘책, 계량지휘책 등으로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해 2008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수백회에 걸쳐 냉동참치 547톤을 가로챘다.
경찰 조사결과 장씨 등은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원양어선에서 참치가 하역되면 계량소 대표 임씨에게 연락해 실제 무게보다 적은 수치로 허위증명서를 발급하게 한 뒤 줄인 무게만큼의 참치를 운송과정에서 한적한 골목길 등에서 빼돌려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참치 부위 중 가장 가격이 비싼 눈다랑어를 주로 훔쳐왔으며, 원양참치잡이 업체의 눈을 속이기 위해 냉동차의 봉인은 그대로 놔둔 채 이를 고정하는 나사만 풀어 참치를 빼돌린 뒤 다시 원상태로 복구하는 치밀한 수법으로 절도행각을 벌여왔다.
운반지휘책 유씨 등은 훔친 참치를 부산과 경기지역 장물업체에 팔아왔다. 강씨 등 4개 수산물 가공업체 대표들은 이들로부터 시가보다 30% 가량 싼 가격에 참치를 공급받아 유통업체를 통해 일본에 수출하거나 참치전문점과 일식집 등에 팔아 6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10여년 전부터 이 같은 범행을 저질러 왔다는 일부 진술에 따라 피해액이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장물 매입이 의심되는 10여개 수산물 유통업체와 계량업체를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계량소들이 기기를 수동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계량소 운영업체만 끌어들이면 얼마든지 수산물 절도가 가능하다"며 "동일 수법의 범죄를 막기 위해 부산시에 계량기시스템 변경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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