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유명 사립대 교수가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4일 오후3시30분께 서울 마포구 창전동 모 아파트 1층 화단에서 이성익(58)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가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 교수가 웃옷 호주머니에 "물리학을 너무나 사랑했는데 잘하지 못해 힘들다. 큰 논문을 발표해야 하는데 가족과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점으로 미뤄 투신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교수는 이 아파트 12층에 살았다. 학교 관계자는 "이 교수가 2008년 포항공대에서 모교로 자리를 옮긴 뒤 최근 연구실적 등의 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06년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국과학상 물리학부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한 이 교수는 우리나라 초전도체 연구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국내 물리학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그는 2001년 초고속 슈퍼컴퓨터, 마이크로파 통신 등의 개발에 쓰이는 초전도 박막을 세계 최초로 제작했으며 이듬해에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물리학회 초청강연도 했다. 이 교수는2006년 후배들을 위한 장학기금으로 써달라며 500만원을 서강동문장학회에 기부할 만큼 모교 사랑도 깊었다.
김정구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는 "동료 교수들에 좋은 본보기가 된 훌륭한 과학자로 이렇게 갈 사람이 아닌데 안타까운 일"이라며 애도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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