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신도시 건설로 중단된 경기 성남시 판교 일대의 정월대보름 민속놀이인 '판교(板橋) 쌍용거(巨)줄다리기'가 5년 만에 부활한다.
성남문화원은 2년 간의 준비 끝에 정월대보름인 이 달 28일 오후 3시 성남 분당구청 앞 잔디광장에서 판교 쌍용거줄다리기 시연회를 연다고 24일 밝혔다. 쌍용거줄다리기는 널다리(판교) 주민들이 예부터 매년 정월대보름 마을 중앙 회나무 앞에 모여 액운을 떨치고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던 행사다.
언제 시작됐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1970년대 초까지 활발하다 경부고속도로가 마을을 반으로 가르고는 맥이 끊겼다. 이후 성남문화원이 1980년 복원했고, 1984년부터는 경기도 민속예술축제 등에도 출전했지만 2005년 판교신도시 건설로 다시 중단됐다. 이번 행사는 2009년 보존회를 재정비한 뒤 다시 선보이는 것이다.
판교 쌍용거줄다리기는 비녀처럼 생긴 커다란 비녀목으로 황룡줄(암줄)과 청룡줄(숫줄)을 결합한 상태에서 치러지는 줄다리기다. 기혼남성은 청룡줄을 잡고, 아낙들과 미혼남녀는 한편이 돼 황룡줄을 잡는다. 세 번을 겨뤄 암줄이 두 번 이겨야 그 해에 풍년이 든다고 전해진다..
올해 부활한 쌍용거줄다리기에는 경기 여주군 점동면 삼합리의 볏짚을 꼬아 만든 줄이 사용된다. 길이가 수십 미터에 이르고 사람이 올라갈 정도로 두터운 줄은 판교 원주민 20명이 며칠에 걸쳐 직접 꼬았다. 줄다리기에는 사전에 신청을 받은 판교동 주민 140여명이 참여한다. 농악이 어우러지는 전통에 따라 한국농악보존협회 성남시지회와 성남농협 주부농악단이 흥을 돋운다.
김정진 성남문화원 사무국장은 "줄을 꼬는데 많은 시간과 기술, 비용이 들지만 앞으로 계속 쌍용거줄다리기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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