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코리아'의 매서움을 뽐내고 있는 신예 이승훈(22)과 모태범(21)이 연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한국체대 07학번 동기인 둘은 나란히 금 1개, 은 1개를 목에 걸며 세계 빙판계를 정복했다. '장거리의 제왕' 이승훈은 지칠 줄 모르는 강철체력으로, '단거리의 제왕' 모태범은 무시무시한 파워로 쾌속 질주를 펼쳤다. 주종목이 달라 신체적 특성도 제 각각인 둘을 해부해 금빛 원동력을 살펴봤다.
▲황영조에 버금 가는 '산소탱크' 이승훈
스피드스케이팅 5,000m 은메달과 10,000m 금메달을 차지한 이승훈은 선천적으로 장거리에 유리한 신체를 타고났다. 체육과학연구원의 윤성원 박사는 "(이)승훈이의 최대산소섭취량(심폐지구력 측정 잣대)이 중학교 때 육상 마라톤 선수에 버금 갔다고 들었다. 세계적인 마라토너 황영조, 이봉주급인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황영조와 이봉주의 최대산소섭취량은 분당 77~78㎖/kg 정도. 중학교 당시 이승훈의 최대산소섭취량은 분당 70㎖/kg로 일반인의 40~50㎖/kg 수치를 훨씬 웃돌았다.
장거리 선수로서 최적의 체력 조건을 갖춘 이승훈은 스피드지구력과 심폐지구력에선 '모터범'을 압도했다. 스피드지구력은 속도유지와 막판 스퍼트 능력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윤성원 박사에 따르면 이승훈은 최대스피드를 100%로 놓았을 때 평균스피드 85% 이상을 유지하는 능력을 갖췄다.
이승훈의 '상상초월 스피드지구력'은 1,500m 선수와 막판 스퍼트 비교로 확인할 수 있다. 5,000m에서 이승훈의 마지막 400m 랩타임 기록은 29초26. 이 기록은 1,500m를 뛴 모태범이 마지막 바퀴에서 낸 29초40보다 뛰어나다. 이처럼 이승훈은 타고난 심폐지구력에 쇼트트랙에서 단련된 엄청난 훈련량이 더해져 파생된 '시너지효과'로 아시아 장거리 빙상의 새 역사를 썼다.
▲기계 한계치 뛰어 넘는 폭발적인 '금벅지' 모태범
500m 금메달에 이어 1,000m 은메달까지 거머쥔 모태범은 최고의 스프린터로 떠올랐다. 그는 단거리 선수로서 '맞춤형 체력 조건'을 지니고 있다. 알려진 대로 26인치(66cm)에 달하는 허벅지 둘레에서 나오는 파워는 모태범이 폭풍 질주를 펼칠 수 있는 원천이다. 모태범은 스타팅 추진 능력과 각근력, 근지구력 부문에서 이승훈에 비해 월등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스타팅 추진 능력과 각근력의 경우는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스프린터들에게 유리하다.
스타팅 추진 능력은 출발 후 반응속도와 윈게이트 테스트의 피크파워를 통해서 알 수 있다. 모태범은 총성 후 반응속도가 0.23초로 세계 최고의 출발 스퍼트를 자랑한다. 무산소성 파워를 측정하는 방법인 윈게이트 테스트는 30초간 자전거를 이용해 최대 페달링 운동을 할 때 발휘되는 파워를 의미한다. 순간적으로 발휘되는 최대치가 피크파워다. 김용수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코치에 따르면 모태범의 피크파워는 기계 한계치를 뛰어 넘는 수준. 모태범의 피크파워는 측정 한계치인 13 watt/kg에 달했다.
남자 선수는 보통 9 watt/kg 정도면 우수하다고 평가된다. 자신의 체중을 100%로 봤을 때 최대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각근력에서도 모태범은 오른발 372%, 왼발 368%로 한국 선수들 중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각근력은 선수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양의 저장고인 허벅지를 보면 가늠할 수 있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