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청 출신 고위공무원들이 자치구청장에 일제히 출사표를 던져 주목된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9개 지역에서 전ㆍ현직 서울시청 출신들이 여야 공천경쟁에 뛰어 '공무원 출마 전성시대'가 연출되고 있다.
24일 서울시와 각 구청에 따르면 서울시 간부 출신 현직 구청장 7명 외에도 전ㆍ현직 간부 13명이 중앙선관위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거나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현안 해결에는 행정 전문가인 서울시 본청 출신이 제격'이라는 강점에 기대를 걸고 출사표를 던졌다.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주민들과 대면 접촉이 많아 유권자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부구청장 출신이 많다는 점이다. 영등포구의 경우 서울시의회 의정담당관을 지낸 박충회 전 영등포구 부구청장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구로구에서는 서울시 전 감사관을 지낸 이성 전 구로구 부구청장이 유력 후보군에 올라 있고, 종로구에선 이 지역 부구청장을 거친 이상설 전 서울시 인사행정과장이 후보 대열에 합류했다.
관악구에선 김상국 전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광진구에선 김기동 전 서울시공무원교육원 원장, 동작구에선 문충실 전 서울시 현장시정추진단장이 출사표를 저울질하고 있다. 강북구에는 전형문 전 서울시 뉴타운사업본부단장이 포진하고 있다. 서울시 올림픽기획담당관을 지낸 진영호 전 성북구청장도 고토 회복을 노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싹쓸이'에 대한 반전과 야권 프리미엄을 기대하며 민주당 간판을 달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에선 동대문과 서대문의 경우 구청장 권한대행인 현 부구청장이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비추며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 언론담당관 출신인 방태원 동대문구청장 권한대행과 서울시 사회과장 출신인 이해돈 서대문구청장 권한대행이 그들이다.
현직 구청장이 서울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소속인 강동구에서는 서울시 출신 공무원들 간의 공천 맞대결이 눈길을 끈다. 박명현 전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장과 최용호 전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이 한나라당 공천을 놓고 출혈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김상돈 서울메트로 사장이 강남구 지역 정가에서 꾸준히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출신 단체장은 일단 업무에 정통하다는 장점이 있다. 보통 '구청장 당선되고 2년 정도 업무적응 하다 임기 다 간다'는 말도 있지만 서울시 출신은 임기시작과 함께 바로 업무에 들어간다. 그래서 일각에선 '행정을 잘 아는 서울시 출신이 오면 구청 공무원들이 피곤하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덕망 있고 유능한 행정관료가 많이 공급된다는 점은 바람직하지만 시선이 반드시 고운 것만은 아니다. 오랜 공무원 경력이 연고주의에 빠질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서울시 간부 출신은 행정의 전문성과 동시에 연고주의에 따른 문제점도 함께 안고 있다"며 "지방자치의 본래 의미는 풀뿌리 민주주의인데 지역 출신 시민운동가보다 역설적으로 광역단체의 입김에 휘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잇따른 구청장 비리로 공무원 부정부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지고 있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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