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보내기로 했다. 직장에 나가 있는 동안 아이를 돌봐주시는 시어머님과 상의한 끝에 아이를 오후 4시 정도까지 어린이집에 맡기기로 했다. 어머님 건강과 아이 교육을 비롯해 맞닥뜨린 여러 상황을 조합해보니 보내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아이가 3월부터 다니게 될 어린이집에서 며칠 전 신입생 엄마들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퇴근 후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러 가는 초보 엄마의 마음은 중요한 현장에 나갈 때보다 훨씬 더 긴장됐다. 심지어 거울까지 한 번 더 들여다봤다.
어린이집 원장은 3월이 아이와 엄마에게 모두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 단체생활에 대한 적응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집에서 익숙한 얼굴들과만 지내던 아이가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낯선 환경에 혼자 놓인다는 건 큰 스트레스일 터. 엄마를 붙잡고 울거나 데굴데굴 구르며 떼쓰는 등 아이들은 당연히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 스트레스를 피하려 한단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보름에서 한 달 정도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런 행동을 반복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한 달 넘게 계속 변화가 없으면 분리불안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는 것. 분리불안장애는 아이와 떨어지는 과정에서 보호자의 행동 때문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아이를 억지로 떼어 놓으려 하거나 아이가 찾을까 걱정돼 몰래 출근하는 행동은 초보 엄마들의 흔한 잘못이다. 평소와 다른 엄마의 어색한 행동은 아이를 더 불안하게 한다.
일단 단체생활을 해야 한다는 현실에 적응하고 나면 아이는 또 다른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학자들이 이른바 단체생활증후군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감기나 변비 장염 결막염 같은 증상은 단체생활증후군을 겪는 아이들에게 단골로 찾아온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이란다. 단체생활을 마친 뒤 집에 돌아와 손발을 깨끗이 씻거나 잠을 충분히 자게 하면 점차 나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원장은 적응 기간 동안 진행될 아이들의 일과표를 소개하며 가정의 협조를 신신당부했다. 처음 며칠은 아침 한두 시간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에서 같이 놀아주고, 출근할 땐 아이와 꼭 눈 맞추며 인사하고 헤어지랬다. 등원하기 전 손톱이 길지 않은지 꼭 살펴달라고도 했다. 취재 과정에서 들었던 전문가들의 조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론과 현실은 다를 수 있음을 안다. 아이의 입학은 다음달 3일이다. 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취재할 때처럼 마음이 설렌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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