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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 이승훈 무등 태운 '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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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 이승훈 무등 태운 '은·동'

입력
2010.02.2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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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유도 60㎏ 결승전. 들어메치기 한판 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최민호(한국마사회)는 두 손을 모은 채 매트에 꿇어 앉아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몸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벅찬 감동과 그간의 '지옥훈련'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최민호의 모습도 그랬지만, 바로 이어진 다음 장면은 더욱 감동이었다. 모든 시선이 TV화면에 한동안 고정됐다. 주인공은 한판 패를 당해 은메달을 딴 루드비히 파이셔(오스트리아)였다. 불의의 패배로 금메달을 눈 앞에서 놓치게 되면 실망이나 분노에 휩싸여 대개 얼굴이 일그러지게 마련인데, 파이셔는 달랐다.

그는 꿈이 무산됐지만 오히려 최민호를 일으켜 세운 뒤 포옹하며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넸다.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고 챔피언에게 경의를 표한 진정한 스포츠맨십이었다. '올림픽 훈남'이라는 애칭으로 각종 포털 사이트의 검색순위 1위에 올랐던 파이셔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제2의 파이셔'가 나타나 아름다운 장면을 또 한번 연출했다.

24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치러진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만m에서 이승훈(한국체대)에 이어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이반 스코브레프(러시아)와 밥 데용(네덜란드). 이들은 경기를 마친 뒤 진행된 플라워 시상식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이승훈을 자신들의 어깨 위로 무등을 태우듯 번쩍 들어올려 새로운 챔피언의 등극을 전 세계에 알렸다. 금메달을 딴 이승훈보다 더 환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2년 전 '베이징의 훈남'이었던 파이셔가 떠올랐다" "금메달리스트에게 진심이 담긴 축하를 건넨 이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 등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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