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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포스코 선장' 1년 정준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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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포스코 선장' 1년 정준양 회장

입력
2010.02.2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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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WEF) 선정 글로벌 100대 지속가능경영 대표기업 첫 진입', '철강 분석기관인 WSD의 2010년 철강사 경쟁력 평가에서 5년만에 1위 탈환'...

새해 들어 포스코에 연이어 낭보가 날아들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세계 유수의 철강업체들이 전례없는 감산을 단행해야 했던 2009년을 힘겹게 지나온 뒤라 임직원들의 감회는 남다르다.

지난해 1분기 생산량 27% 감산, 2분기 사상 최대폭의 가격 인하, 연간 1조3,595억원 원가절감 등 뼈를 깎는 고통 끝에 세계 1위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이나 신일본제철 등이 3~5%대의 영업이익률을 내거나 적자를 보는 동안 경제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해낸 것이다.

포스코 전 임직원이 똘똘 뭉쳐 단시간 내에 위기를 극복해낸 중심에는 정준양 회장이 있었다. 지난해 2월 27일 취임하자마자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며 경영관리 주기를 분기단위에서 월단위로 단축했고, 직원들에게 고객사와 현장을 직접 방문할 것을 주문함으로써 포스코의 문턱을 낮췄다.

취임 1년이 채 안돼 지구를 몇 바퀴 돌 정도로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했고,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며 극한의 원가절감을 진행했다.

그 결과 1분기에 평소의 20%에도 미치지 못했던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3분기 들어 1조원대를 회복한 데 이어 4분기에는 경제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연간 실적이야 예년보다 뒤졌지만 위기 극복 과정과 성장 가능성만큼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의 잡음과 업황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 모두를 보기좋게 날려버린 것이다.

포스코의 한 임원은 이 같은 성과를 "정준양식 소프트혁명의 결과"라고 했다. 정 회장이 취임 때부터 강조한 '열린경영'과 '창조경영', '환경경영' 등 3대 경영철학이 포스코의 기업문화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이를 통해 위기 극복 동력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중후장대 기업의 대표격인 포스코에는 경직되고 무거운 기업문화가 상당했지만 지난 1년간 큰 변화가 있었다. 정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직원들과의 대화 자리를 크게 늘렸다.

매일 아침 10여명과 자리를 함께 하는 조찬간담회를 만들었고, 지난해 4월에는 'CEO 블로그'를 개설해 인터넷 세대와의 거리를 좁혔다. 올해 들어서는 참석 대상을 출자사 임직원으로까지 확대한 'CEO와의 대화'도 정례화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은 특히 '피드백'을 중시했다. 자칫 일방통행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조찬간담회에서 격의 없는 대화를 위해 본인의 일과와 세세한 생활습관까지 공개했고, CEO와의 대화는 온라인을 통해 임직원 모두가 접할 수 있게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요즘은 회사 시스템이나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가 적잖게 나온다고 한다.

정 회장은 또 '놀 줄 아는 포스코인'을 강조한다. 기존 사업을 재해석하고 새롭게 접근하는 창조적 전환 능력이 미래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고, 이를 위해선 잘 놀고 잘 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동관 4층에 위치한 창의놀이방 '포레카'는 창조경영에 대한 그의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190㎡ 규모 공간에 휴식과 놀이, 학습시설이 두루 갖춰져 있다. 포레카 오픈 당일 정 회장은 직접 페이스 페인팅(face painting)을 하고 블록 게임을 했고, 매번 임원회의 때마다 "직원들이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해달라"고 당부한다.

전통적인 굴뚝산업의 한계를 뛰어넘는 환경경영 의지도 대단하다. 지난해 7월 '범포스코 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고, 4개 분과위별로 전략 수립 및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철강을 대체할 수 있는 알루미늄ㆍ티타늄ㆍ마그네슘 등 소재 개발과 연료전지와 태양광ㆍ소수력ㆍ풍력발전 등 다양한 그린에너지 사업을 추진중이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미래 철강 제조공정에 대한 구상과 개발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정 회장 본인은 환경 마인드 구축을 강조하며 자발적 실천을 주문했다. 자전거 전도사를 자임한 것은 물론 비행기나 차량을 이용한 출장 대신 화상회의를 적극 활용중이다.

정 회장은 "올해가 포스코 재도약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기는 극복했지만 새로운 환경에 걸맞은 도약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또 다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철보국, 성공적인 민영기업 등 기존 가치를 넘어 글로벌 초일류기업을 목표로 삼는 '포스코 3.0'을 소프트혁명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 이유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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