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2년에 즈음한 평가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압권은 역시 정치권의 것이다. 극단적이긴 해도 딱 부러지게 명쾌한 맛이 있다. 이번에도 "위기를 넘어 선진일류국가의 초석을 다진 2년", "앞으로 나간 것 하나 없는 역주행 2년"으로 압축한 평가가 나왔다. 물론 다 내키는 데로만 확대경을 들이댄 반쪽 평가들이다. MB의 현 지지율이 50% 수준임을 감안하면 합리적 평가치는 이들 시각의 딱 중간쯤에 있을 것이다.
평가는 미래를 위한 것이다. 행적을 통해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보완할 부분을 드러냄으로써 좀더 나은 방향을 찾아보자는 게 목적이다. 2년 평가를 통해 분명해진 MB정권의 성격과 정체성은 앞으로 3년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확실히 다른 행정가형 대통령
이번 평가는 MB가 확실히 다른 유형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준다. 정치의 존재감이 희미했던 권위주의시대는 차치하고, 이후의 민선 대통령들은 평생의 내공을 쌓은 정치고수들이었다. 당연히 정치의 요체인 소통과 통합은 국정의 주요 가치였고, 수단인 협상과 타협은 내키지 않아도 외면하지 못할 책무였다. 물론 자주 제 편끼리의 소통에 치우쳐 더 큰 문제를 만들어내긴 했어도.
그러나 MB는 철저한 행정가형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수십 년간의 전임자들과 전혀 다르다. 세부항목 별로 분석한 학계나 언론계의 평가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경제ㆍ외교ㆍ대미관계 등 가시적ㆍ계량적 현상측면의 긍정평가와, 소통이나 국민통합 같은 비가시적ㆍ비계량적 가치측면의 부정평가로 분명하게 갈린다.
넓게 보아 역시 전자는 행정의 영역이고, 후자는 정치의 영역이다. 행정ㆍ정치영역이 혼재된 남북관계 평가는 엇갈리거나 유보적이다. 좋게 보면 MB는 오랫동안 추상적ㆍ이념적 구호와 다툼에 염증을 느낀 다수 국민의 선택이유에 정확히 부응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남은 3년은 쉽게 예측된다. 구체적 목표와 가시적 성과를 중시하는 실무형 행정가로서 MB의 행보가 더욱 두드러지고 가속화하리라는 것이다. 자신이 선택한 여러 정책부문에서 괄목할 결과를 얻어낸 자신감까지 얹혀진 만큼 주저할 이유가 별로 없을 것이다. 앞서 정치인 대통령들보다 냉정하고 효율적으로 행정조직을 다룰 줄 아는 만큼 그가 장담하는 대로 레임덕 기간도 훨씬 줄어들 개연성이 있다.
반면, 같은 이유로 소통과 통합의 가치는 더욱 뒤편으로 밀려날 것이다. 관심도 적었고 체질도 아닌 데다, 지난 2년 배우려고도 하지 않던 가치를 집권 중반에 들어선 지금에 와 새삼 중시하기를 바라는 것도 무리일 것이다. 결국 MB는 지금까지 그랬듯 끊임없이 새로운 목표와 정책들을 제시하고, 또한 거침없이 추진할 것이다. 일방질주에 대한 비판과 반발도 커질 테지만 그렇다고 그의 스타일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도리어 정치적ㆍ이념적 반대세력들은 이 익숙하지 않은 방식과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헤맬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위험하다. MB가 자신의 판단과 선택을 언제나 최선의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말하자면 국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독점한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MB는 24일에도 "국민과 국익을 위해서라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라도 과감하게 열어야 한다.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를 가르는 변수는, 미래를 향한 정책의 선택에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절대적ㆍ비타협적 확신이 여실히 묻어나는 대목이다.
선택의 독선 가능성 경계해야
이쯤에서 이전 정권이나 진보진영이 정의와 도덕성을 독점한 듯 착각함으로써 결국 시대흐름에서 이탈한 사실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든 독선은 시야와 판단을 흐리는 독약이다. '유능한 보수, 정의로운 진보'라는 도식 역시 그들만의 세계에 갇히는 순간 깨지게 돼 있음은 역사의 상식이다. 모처럼의 행정가 대통령이 가진 가치와 능력은 결코 작지 않지만, 정작 국민이 필요로 하는 덕목은 그 이상임을 2년의 성적표에서 읽어내기 바란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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