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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정답 없는 기능성 위장장애 어찌 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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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정답 없는 기능성 위장장애 어찌 하오리까

입력
2010.02.24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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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병은 국민병이다. 암 가운데에서도 위암이 단연 1위다. 그나마 병명이라도 알면 다행이다. 이유도 원인도 모르는 위장장애를 겪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 '기능성 위장장애'라는 황당하고 대책없는 병명을 듣는 게 고작이다. 기능성 위장장애란 무엇이고,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원인 모르는 소화불량은 기능성 위장장애?

위장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소화가 안 되고 배가 아프며, 속이 더부룩한 증상이 나타나면 '기능성 위장장애'나 '기능성 소화불량'일 가능성이 높다. 위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으면 우선 윗배가 아프거나 속이 불편하고 소화가 잘 안 되며 트림이 자주 나는 등 전형적인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난다. 음식을 먹으면 증상이 악화되고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며, 식후에 배에 가스가 찬다. 메스껍고 입 냄새가 나기도 한다. 입 냄새는 잇몸질환이나 치석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소화불량이 원인일 수도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구취로 병원을 찾은 사람의 20% 가량이 소화불량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능성 위장장애가 생기는 원인은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위산 과다가 문제이거나 헬리코박터균 감염으로 인한 위염이 원인일 수도 있고, 위 속의 음식물을 소장으로 배출하는 능력이 떨어져 그럴 수 있다. 혹은 신경이 예민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위가 제대로 기능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기능성 위장장애 진단을 내리려면 몇 가지 검사가 필요하다. 우선 위 내시경 검사와 간기능 검사를 포함한 생화학 검사, 담낭 검사 등을 통해 몸에 아무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 하고, 위장장애를 일으킬 만한 약을 복용한 사실이 없어야 한다.

탄산음료ㆍ죽은 도움 안 돼

기능성 위장장애는 증상은 있지만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데다가 치료해도 자꾸 재발하니 확인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엉뚱한 식이요법에 현혹되기 쉽다.

기능성 위장장애는 위장점막이 위산이나 음식물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들어온 음식물을 내려 보내는 운동능력이 떨어져 생긴다. 위장 기능이 떨어지는 이유는 선천적으로 위장 기능이 약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불규칙한 식생활, 잘못된 음식습관, 운동부족, 음주, 흡연 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소화기능이 떨어졌거나 위산분비가 촉진되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하루 종일 앉아 일하는 사무직 종사자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운동부족 등 여러 원인으로 기능성 위장장애가 훨씬 많이 생긴다.

오랫동안 소화불량으로 고생해 온 환자 중에는 원인이 위하수 때문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과거에는 위가 밑쪽으로 처지는 위하수가 소화불량을 초래한다고 생각해 위를 배 위쪽에 고정하는 수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는 사람의 체격에 따라 그 모양이 다를 뿐 소화불량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

소화가 잘 안 되면 탄산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습관은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탄산음료는 위산 분비를 촉진해 속쓰림을 더 심하게 만든다. 또 소화가 안 되면 죽이나 미음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유동식이 소화불량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소화액을 묽게 만들어 소화기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건강한 생활습관과 식이요법이 최선의 치료법

기능성 위장장애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치료 역시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기능성 위장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을 바꾸고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울러 소화를 돕는 운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론 담배를 끊고 술과 커피는 줄여야 한다. 기능성 위장장애는 위에 특별한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식이요법이라고 해야 특별할 게 없다. 사람에 따라 소화가 안 되는 음식이 조금씩 다르므로, 먹고 난 뒤 속이 좋지 않았던 경험이 있는 음식은 알아서 피하는 것이 고작이다. 다만 고기나 지방이 많은 음식은 피하고 아주 짜거나 매운 양념이 강한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차고 단 음식도 위에 좋지 않다. 샐러드 생선회 생선초밥 같은 익히지 않은 음식도 피하고, 장 막힘을 일으킬 수 있는 감 밤 바나나 고구마 떡 옥수수 등도 가급적 적게 먹어야 한다.

특별히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 위나 장이 소화불량이나 위염 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들어온 음식에 부담을 느끼거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므로 천천히 잘 씹어 위장 부담을 줄여야 한다. 실제로 기능성 위장장애 증상을 가진 이들의 대부분이 음식을 너무 급하게, 제대로 씹지 않고 삼키는 습관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한 번 음식을 입에 넣으면 입 안에서 잘게 부서지고 침과 충분히 섞일 때까지 씹어야 한다. 최소한 20번 이상 씹어야 음식이 골고루 부서진다.

이밖에 소화기능을 떨어뜨리고 위산 분비를 촉진하지 않도록 가능한 한 스트레스를 덜 받게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나 장 운동을 활발하게 만들려면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다. 하루 종일 앉아 일하는 사무직 종사자는 하루 1시간 이상 걸으면 좋다.

약을 먹고 있다면 위장에 영향을 주는지 알아봐야 한다. 감기약, 관절염약, 고혈압약 등은 위장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처방 받을 때 소화불량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능성 위장장애 판정을 받은 환자 중에는 위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약을 처방 받으려는 이들이 많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는 위산이 너무 많이 나와 속이 불편하면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 위의 운동이 떨어지면 이를 도와주는 약, 위 운동이 과다하면 이를 억제하고 경련을 풀어주는 약 등을 처방한다.

하지만 어떤 약도 근본적인 치료제는 되지 못하며 증상을 완화하는 정도다. 다만 위장병은 환자의 심리상태에 따라 증상이 호전되기도 하므로 약을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능성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는 헬리코박터균을 제거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소화불량 환자 중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하고 나서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

도움말=민영일 비에비스 나무병원 원장, 김재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고동희 한강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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