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벚꽃 피는 남쪽 바닷가였기에 생선회(膾)를 어릴 때부터 즐겨 먹었지요. 그 시절 생선회의 입문은 대부분 붕장어 회였지요. 지금은 탈수기로 붕장어의 물기를 빼지만 그땐 수건에 회를 싸서 꽉꽉 짜서 물기를 뺐지요. 그래야 붕장어 회의 고소한 맛이 살아났지요.
붕장어는 회도 맛있었지만 어머니가 연탄불에 구워주시던 양념구이도 참 좋았지요. 초벌을 구워낸 다음에 방아 잎을 넣어 만든 양념장을 묻혀 다시 구워내던 어머니의 장어구이는 우리 식구들의 여름나기 보양식이기도 했지요.
붕장어 회로 바다의 맛에 입문하면 그 다음에 배우는 맛이 ‘봄 도다리 가을 전어’지요. 봄에는 도다리가 맛있고 가을엔 전어가 맛있다는 맛의 정석이 바다의 참맛을 알게 해주었지요. 바야흐로 봄이 오고 있습니다. 육지에만 봄이 오는 것이 아니라 바다 속에도 봄이 오지요.
바다에서 가장 빨리 봄을 알리는 전령사는 단연 도다리지요. 설이 지나면서부터 도다리도 꽃을 피우기 시작하지요. 도다리를 육지의 꽃에 비유하면 일찍 피고 향기 좋은 봄 매화와 같지요. 바다 깊은 곳에서 뼈와 살 속으로 스며드는 맛꽃을 활짝 피우는 도다리는 우리 바다의 봄꽃이지요.
맛이 오른 도다리가 겨우내 까칠해진 입맛을 유혹을 합니다. 회는 물론 뼈째로 썰어내는 뼈꼬시도 좋고 쑥을 넣어 된장을 풀어 끓여내는 봄 도다리 쑥국도 좋은, 맛있는 계절입니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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