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발생한 하마스 간부 마무드 알-마부 암살사건을 “엄청나게 충격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암살단이 회원국 위조 여권을 사용된 데 대해 규탄 성명을 냈다. 배후로 지목된 이스라엘은 “증거가 없다”고 부인,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EU-이스라엘 관계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EU 27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22일 브뤼셀에서 열린 외무장관회의(외교관계이사회)에서 “이 사건 용의자들이 EU 회원국 국민들의 여권을 위조해 사용한 사실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채택했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ㆍ안보정책 고위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관련 국가들은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EU는 성명에서 암살사건을 지시ㆍ실행한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이스라엘이나 소속 정보기관 모사드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국민 15명의 여권이 위조돼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영국은 이스라엘을 직접 지목했다. 데이비드 밀리밴드 외무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정부 최고위급 인물이 암살사건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페인, 아일랜드 등도 이번 암살이 “중동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비난에 동조했다.
이에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누군가 언론 보도 외 증거를 제시한다면 우리는 대응할 것”이라고 말해, 배후설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이스라엘 배후설을 묻는 기자들에게 “당신들은 제임스 본드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AFP는 “리베르만 장관이 자국을 향한 의혹을 가볍게 여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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