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 예술단체의 국가 브랜드 공연과 더불어 관, 지자체들의 주문형 공연이 속속 무대에 오른다. 전문가들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자칫 공연계가 기형적으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홍보성 공연 줄 이어
우리금융아트홀에서 18일 시작한 뮤지컬 '홍길동'은 전남 장성군과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 합작 공연이다. 장성군은 홍길동이라는 군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이 뮤지컬에 총 제작비의 60%인 15억원을 투자했다. 이 뮤지컬은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예성과 성민을 주연 배우로 내세워 전형적인 스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와 안동시도 각각 11월, 9월에 지자체 특징을 살린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종로 피맛골 재개발을 추진 중인 서울시는 피맛골을 소재로 한 뮤지컬 '뒷골목 중매쟁이'(가제)에 상당 규모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시는 비언어극 '난타'를 만든 PMC프러덕션과 퍼포먼스 '안동 탈춤'을 제작한다.
뮤지컬 평론가 조용신씨는 "관, 지자체가 공연을 만드는 것이 문제는 아니지만 이들은 회계연도와 단체장 임기 내에 제작해야 하는 부담을 갖기 마련"이라며 "급히 만들어진 공연이 들인 돈에 비해 얼마나 완성도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자생적 공연 지원금은 줄어
국공립 예술단체의 국가 브랜드 공연은 올해 준비 과정을 거쳐 내년 초연을 쏟아낸다. 서울예술단은 만화가 김신의 '바람의 나라'를 원작으로 한 동명 뮤지컬을 내년 초연하는데, 올해 비공개 쇼케이스 제작비만 4억원에 이른다. 국립오페라단도 한국적 양식의 창작 오페라를 내세운 '아랑'과 '지귀' 개발에 9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반면 민간 창작공연을 지원하는 대표적 기관인 서울문화재단의 총 지원금은 대폭 줄었다. 재단이 중규모 이하 창작 공연을 지원하는 예술창작지원사업 분야 예산은 지난해 162억여원에서 올해 129억여원으로 줄었으며, 편당 최고 지원액 또한 지난해 4,000만원에서 올해 3,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연극평론가 장성희씨는 "자생적인 공연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지원이 불가피하다면 제작진이 균형감각을 갖춰야 한다"면서 "'예술은 고골(러시아 극작가)을 대중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아니라 대중을 고골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돼야 한다'는 연극계의 고언을 가슴에 담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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