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서양의 영국령 포클랜드 제도(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의 영유권을 둘러싼 긴장감이 또 다시 고조되고 있다. 영국 석유회사가 22일 인근 해역에서 석유 시추를 시작한 것을 계기로 아르헨티나가 코 앞의 섬 포클랜드의 영유권 회복을 위한 대응을 시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남미 지도자들까지 아르헨티나를 지지하면서 1982년 포클랜드 전쟁 이후 비교적 잠잠했던 이 지역에 또 다시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22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리우그룹 정상회의에서 “(포클랜드 제도에서) 조직적인 국제법 위반이 지속되고 있다”고 영국의 시추 중지를 촉구했다. 여기에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주례 TV 연설에서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을 향해 포클랜드를 아르헨티나에 반환할 것을 촉구했고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 등도 아르헨티나에 지지를 보내면서 영국을 공동 압박하고 있다.
영국 석유회사인 디자이어 페트롤리엄의 시추계획이 알려지자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주 영국의 시추 장비를 압수하고 모든 포클랜드행 선박이 자국의 통행 허가를 받도록 대통령령을 발동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22일 포클랜드 100㎞ 북쪽 해상에서 석유 시추를 감행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영국은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이 지역 영유권을 지킬 태세로 포클랜드 제도에는 이미 1,000여명의 영국군이 주둔하고 있다.
포클랜드 제도를 둘러싼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영유권 다툼은 역사가 길다. 아르헨티나는 1833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 당시 포클랜드 영유권을 이어받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17세기 이 섬을 발견했던 영국이 아르헨티나의 독립과 함께 군대를 보내 포클랜드를 자치령으로 삼으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눈앞의 섬을 영국에 빼앗긴 아르헨티나는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을 일으켰으나, 영국 대처 수상은 전투함을 대거 파병해 두 달 만에 아르헨티나군을 몰아냈다.
양국이 포클랜드 제도에 집착하는 것은 풍부한 자원 때문이다. 지질학자들은 인근 해저에 최고 60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다고 본다. 이 섬의 영유권 회복을 국가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보는 아르헨티나 정부로서는 더욱 절실하다. 영국 더타임스가 최근 “경제침체와 부패 스캔들로 국내적으로 위기에 처한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영유권 문제를 부각시켜 지지도를 높이려 한다”고 분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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