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TV홈쇼핑에서 물건을 구입할 경우, 가격의 3분의1 가량을 홈쇼핑업체가 판매수수료로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홈쇼핑 업체와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중소기업 상품에는 높은 판매수수료율을 요구하면서도, 대기업이나 외국 명품 브랜드로부터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유통학회에 의뢰해 조사한 ‘대형 유통업체 판매수수료 현황’에 따르면 GS홈쇼핑,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농수산홈쇼핑 등 5개 TV홈쇼핑 업체의 평균 판매수수료율(2008년 기준)은 34%로 나타났다. 판매수수료는 유통업체가 제품 판매에 기여했다는 명목으로 제조업체로부터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받는 것을 의미하며, 오프라인 쇼핑업계에서는 ‘입점 수수료’로 불린다.
홈쇼핑 업체들은 특히 상대적으로 계약 조건이 불리한 중소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5대 홈쇼핑 업체가 중소기업에게서 받는 수수료율은 전체 평균보다 높은 35.7%였으며, 상품 인지도가 낮은 일부 제조업체는 50분 방송에 1,900만~6,800만원의 정액 수수료를 내기도 했다. 반면, 대기업이 생산하는 대형 가전제품의 수수료율은 10~20%로 중소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한편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형 백화점들이 입점 업체로부터 받는 판매 수수료율은 2008년 기준 평균 28%로 나타났다. 특히 숙녀복, 골프웨어, 패션잡화 상품의 수수료율은 35~40%에 달했다. 그러나 외국산 명품 잡화 브랜드가 백화점에 내는 수수료율은 1~5%에 불과해 대조를 보였다.
이와 함께 백화점과 거래하는 납품업자의 27.9%, 대형서점 거래 업자의 33.3%가 유통업체로부터 부당한 판매수수료 인상 요구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홈쇼핑업체와 거래하는 업자의 64%는 매출 부진을 이유로 예정된 방송이 일방적으로 중단된 적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방송 중단에 따른 재고 비용이나 반품 비용도 대부분 제조업체가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번 연구 용역을 토대로 대형 유통업체들이 판매수수료를 부당하게 인상하거나 판촉비용 및 반품 처리비용 등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키로 했다. 또 TV홈쇼핑 채널을 재승인할 때 판매수수료 수준이 심사 기준에 포함될 수 있도록 방송통신위원회에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높은 수수료의 원인인 독과점 구조를 끼워 유통업체의 기업결합 심사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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