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원광사에 봉안돼 있는 목조관음보살좌상에서 11세기경에 재배된 것으로 보이는 인삼 등 복장(腹藏) 유물이 나왔다.
문화재청 한국전통문화학교는 23일 “원광사로부터 2008년 목조관음보살좌상의 수리 및 복원 처리를 의뢰받아 상태를 확인하던 중 불상 내부에서 발원문(불상 조성 내역을 기록한 글)과 개금문(목조 불상에 금칠을 하는 개금ㆍ改金 불사를 기록한 글), 인삼, 볍씨 등 40여 종의 복장 유물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발원문과 개금문에 따르면 이 불상은 1502년(연산군 8년) ‘도유’라는 스님에 의해 제작, 1706년 개금된 것으로 본래 평안도 천성산 관음사에 모셔진 것이다. 복장 유물 중에는 유리구슬, 황동그릇, 대마 등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불상에서 나온 인삼은 실물이 남아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방사성탄소 연대측정 결과 이 인삼은 불상을 만드는 데 쓰인 나무보다 300~400년 앞선 980~1,140년에 재배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전통문화학교 이관섭 교수는 “불상에는 불경과 발원문뿐 아니라 보석, 약재, 향, 천, 곡식 등 귀한 물건을 공양물로 넣는다”며 “조선시대 들어서는 인삼이 보편적인 복장물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발원문에는 이 불상이 1364년(고려 공민왕 13년) 관음사 아미타삼존불의 하나로 조성됐다가 도적에 의해 훼손돼 다시 만든 것이라고 기록돼 있는데, 그 과정에서 본래의 보살상에 들어 있던 인삼을 재복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이 불상은 현전하는 목조 불상 가운데 대단히 오래된 것으로서 고려 말~조선 초의 불상 조성 과정과 신앙 풍습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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