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재개 논의가 현실화 단계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2008년 9월 중단된 이후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던 6자회담의 재개 가능성을 높이는 긍정적 신호들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원지는 중국 베이징(北京)이다. 미국은 22일 북핵정책을 총괄하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베이징 방문 계획을 전격 공개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보즈워스 대표가 성김 6자회담 수석대표와 함께 베이징, 서울, 도쿄를 방문, 회담재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발맞춰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날 베이징을 방문, 중국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와 협의에 들어갔다. 아울러 김영일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 역시 이날 베이징을 찾았다.
이달 초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을 계기로 회담 재개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한 이후 일본과 러시아를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들이 한 자리에 모인 셈이다. 이들 고위 인사들의 ‘베이징 연쇄 접촉’ 사실만으로도 과거에 비해 한층 진일보한 토대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도 26일 미국을 방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전략 대화를 갖는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미국의 행보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이 별 성과 없이 끝나자 6자회담 논의에 일정한 거리를 둬 왔다. 올해 1월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을 언급하며 회담 복귀 가능성을 열어 놨을 때도 미국은 ‘전제 조건 없는 구체적 행동’, 즉 북한이 먼저 비핵화 합의를 이행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원칙론으로 맞서왔다. 이런 미국의 태도 변화는 6자회담 논의를 물밑 접촉에서 공개 협의로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비슷한 전례도 있다. 북한은 2003년 2차 북핵 위기 때에도 북미 양자 회담을 고집하다 북ㆍ미ㆍ중 3자 회담을 거쳐 6자회담을 수용한 적이 있다.
관건은 협의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대북제재 해제 및 평화협정 체결 등을 회담 복귀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던 북한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를 토대로 제재 해제는 불가능하되, 평화협정 문제는 비핵화 논의와 연계해 다룰 수 있다는 식의 절충안을 한미 양국에 제시하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화폐개혁 실패 이후 경제난 극복에 올인하고 있는 북한이 사실상 유일한 협상 지렛대라 할 수 있는 핵 카드를 양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은 게 사실이다. 실제 크롤리 차관보는 “보즈워스 대표가 베이징 등에서 북한 관리를 별도로 만날 계획은 없다”고 말해 회담 조기 재개를 둘러싼 섣부른 예단을 경계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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