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친박계측이 23일 '이명박 대통령의 면담 제의를 박근혜 전 대표가 거절했다'는 취지의 전날 정 대표 발언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친박계의 유정복 의원이 정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정 대표는 이를 재반박했다.
박 전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및 의원총회 발언을 통해 "정 대표가 자꾸 사실과 다른 얘기로 당원과 국민들께 혼란을 초래하는 데 대해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박 전 대표와 주호영 특임장관의 4일 면담 사실을 전하면서 "주 장관은 대통령 면담 요청 사실을 전했고, 박 전 대표는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잘못하면 입장차만 확인했다는 등의 여론으로 오히려 만나지 않은 것보다 못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며 "이후 어떤 연락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이어 "정 대표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박 전 대표가 대통령 면담을 거부한 것처럼 말씀하신 데에 무슨 다른 의도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당 대표는 보다 중립적인 게 바람직한데 유감스럽게도 정 대표의 의총 발언은 치우친 부분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정 대표는 즉각 의총 발언을 신청한 뒤 반격했다. 정 대표는 "유 의원의 기자회견 뒤 제가 어제 한 이야기를 다시 보니 제 얘기와 유 의원 발언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자신의 발언이 '사실과 차이가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정 대표는 또 지난해 9월 박 전 대표와 회동한 뒤 양측에서 다른 말이 나온 상황을 언급, "당시 나는 기자들에게 '박 전 대표가 우리 후보들이 (10월 재보선에서) 잘 되기를 바라시지 않겠느냐'고 전했는데 박 전 대표는 내용이 다르게 나왔다고 하셨다. 이게 사실하고 꼭 다른 것인지"라고 에둘러 반박했다.
정 대표는 이어 "중도라는 게 참 어렵다. 이중간첩이면 중도를 잘하겠지만 천성이 간첩 역할을 잘하는 성격이 아니어서"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제가 말한 것이 박 전 대표에게 부담되는 내용이 아니다.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측 전여옥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에서 "박 전 대표가 왜 청와대를 못 가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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