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요즘 회사 근처 커피전문점에 들르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커피를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매장에서 판매 중인 음악CD를 청음기를 통해 조금씩 들어보는 재미에 빠져 있어서다.
A씨는 "미묘하게 다른 여러 커피 맛을 구분해 낼 만큼 커피에 조예가 깊지 못하지만 그래도 공간의 느낌이 나와 잘 맞는 특정 브랜드의 커피전문점은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커피전문점 업계가 일제히 감성마케팅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신규 매장 오픈 이상으로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충성 고객 확보가 중요해진 까닭이다.
화려한 일러스트로 옷을 갈아 입고 휴대 목적에서 고객에게 볼거리를 주는 문화 매개체로 변신한 일회용컵이 대표적인 사례.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할리스커피는 이달 들어 테이크 아웃을 원하는 고객에게 독특한 디자인의 컵에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말 열린 테이크 아웃 컵 디자인 공모전에서 입상한 고객의 아이디어를 넣어 제작한 것이다. 이에 앞서 이 업체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의 디자인으로 제작한 테이크 아웃 컵을 선보인 바 있다.
도넛과 커피를 함께 판매하는 미스터도넛의 경우 최근 커피 제품을 리뉴얼하면서 화려한 일러스트를 입힌 테이크 아웃용 컵을 선보였다. 컵에는 커피전문점 주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묘사한, 커피를 마시는 연인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토종업체의 공세에도 여전히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미국계 브랜드 스타벅스가 선택한 감성마케팅 수단은 음악이다. 지난해 6월 유니버설 뮤직과 제휴해 강남대로 반포점에서 음반 시범 판매를 시작했는데 고객의 반응이 좋아 현재는 이를 40여개 매장으로 확대한 상태다.
음반 판매 매장에는 대형 CD플레이어를 설치해 직접 들어보고 선택할 수 있게 했고, 정기적으로 유명 음악인을 초정한 쇼케이스도 진행하고 있다. "고객이 집과 사무실에서 벗어나 독특한 문화적 경험을 하는 편안한 제3의 공간을 창출한다"는 게 취지다.
탐앤탐스 역시 지난해 3인조 그룹 하우스룰즈와 함께 커피 메뉴를 표현한 음악 앨범을 발매, 매장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그밖에 설립 3년여 만에 242개 점포를 보유, 스타벅스(300여개)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엔제리너스는 브랜드 론칭 때부터 감성마케팅에 주목해 온 경우다.
이 업체는 초기부터 유명 일러스트 작가 이우일씨와 손잡고 천사 모습의 캐릭터 '개구쟁이 악동 천사 가브리엘', '사랑스러운 공주병 천사 안젤라', '로맨티스트 천사 라파엘'을 제작해 매장 곳곳에 활용해 왔다. 최근에는 메뉴와 인테리어에 적용하는 것은 물론 볼펜과 에코백, 우산 등 문구와 잡화류까지 제작해 매장 내에서 판매 중이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제품의 차별화는 물론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킬 때에라야 마케팅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면서 "과열 조짐을 보이는 커피전문점의 경우 특정 계층의 소비자를 겨냥한 전문화한 공간과 대중적인 커피숍 사이에서 브랜드의 위치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빨리 결정하고 마케팅에 나서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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