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하요, 경찰관들은 계속 정보 달라고 하는데 후보자나 돈 받았다는 사람이나 모두 한동네 사람인데 뭔 말을 하거쏘. 목포 아들 집에나 갈라요(주민 장모씨).”
23일 오후 1시께 전남 신안군 임자도. 면 소재지의 아담한 파출소는 경찰관과 주민들로 꽉 차 어디 앉아 있을 틈도 없다. 마을 어귀에도 경찰관들이 진을 치고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을 상대로 탐문을 한다. 일부는 집이나 밭까지 찾아가 방문 조사를 벌인다. 주민들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한다. 이 때문에 만나도 인사조차 안 한다.
인구 3,721명에 불과한 임자도가 술렁거리는 이유는 19일 파출소에 경찰관 30여명으로 수사전담반이 구성된 후부터다. 지난달 29일 치러진 농협조합장 선거에서 대규모로 돈 봉투가 뿌려진 정황이 군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당선자와 2등이 한 표로 당락이 결정됐고, 3등도 20여표 차 밖에 나지 않아 경찰은 금품 수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경찰관들은 조합원을 상대로 5일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대상자는 농협 조합원 1,093명.면 주민의 30% 가량이다. 현재까지 300여명이 파출소와 집 등에서 후보자 등으로부터 돈을 받았는지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수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자수하면 비밀을 보장하고 과태료도 면제하겠다”고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경찰은 조사를 통해 금품 수수 정황과 호별 방문 사례 등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수사가 끝나 봐야겠지만 입건 대상자가 수백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단 이번 주까지 모든 조합원을 조사하고 검찰의 지휘를 받아 처벌 수준을 결정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신안= 박경우 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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