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갑시다!”
육중한 체구에 모히칸을 연상케 하는 헤어스타일의 한 남자가 뚜벅뚜벅 걸어나오며 말한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아니지만 그의 말에는 알 수 없는 힘이 있다. 위압감을 주는 외모 때문만도 아니다. 그의 단 한 마디에 출연진은 촬영 대오를 갖추고, 카메라에는 빨간 불이 들어온다.
촬영장을 휘감는 카리스마의 주인공은 ‘시베리아 야생 수컷 호랑이’라 자칭하는 강호동(40)이다.
KBS ‘해피 선데이’의 ‘1박2일’ 코너는 짜여진 대본이 따로 없다. 지난 19, 20 이틀간 경남 통영의 욕지도에서 한 촬영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복불복 게임을 하며 때론 즐겁게, 때론 심각하게 노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억지스럽지 않은 웃음을 선사한다.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금물. 허술해 보이는 촬영이지만 바로 거기에 ‘1박2일’만의 매력이 있다. 이런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것은 강호동이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전체를 끌고 가는 그의 리더십과 카리스마.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아하하하하하.”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과장된 몸짓에 호탕한 웃음 소리가 어우러진다. ‘예능은 리액션’이라고 외쳐온 그답다. 전후 맥락 없이 그가 웃는 모습만 봐도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만큼 에너지가 넘친다.
씨름판의 천하장사 출신인 그의 독보적 리더십은 체력에서 나온다. KBS ‘해피 선데이’의 이명한 PD도 강호동의 강점으로 가장 먼저 체력을 꼽으며, “그의 넘치는 활력은 동료에게도 전파된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그랬다. 맏형의 파이팅은 고등어 잡느라 피곤한 이수근, 목에서 쇳소리를 내는 MC몽, 다크 서클이 짙은 은지원에게 기를 불어넣었다.
그도 체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씨름은 체력전이고 방송은 심리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방송이 더 체력전”이라고 했다. “세 끼 식사와 등산으로 체력을 관리한다”며 “씨름할 때보다 운동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리더십은 절대 힘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굴복이 아니라 존경이 따라야 리더십이 살아난다. 강호동표 리더십의 두 번째 요건은 인간미다. 인터뷰 중 은지원의 발을 주물러 주는 모습이나 공익 근무를 마치고 최근 다시 합류한 김종민을 감싸는 모습이 그러했다. 김종민이 프로그램에 미치는 득실을 묻자 “우리 집 가훈이 ‘초심으로 돌아가자’다. 그의 재합류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숫자로 득실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씨름과 방송을 비교하던 그는 “씨름은 강자가 승리하지만, 방송은 꼭 그렇지는 않다”며 방송이 요구하는 핵심 요소로 ‘심력(心力)’을 꼽았다. 정신력과는 또 다른 ‘따뜻한 마음과 포용력’ 등을 포괄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씨름을 하던 시절에도 지금처럼 입담이 좋았는지 묻자 기자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아이라예. 말로 잘 포장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진정성으로 봐 주이소.” 싫어할 수 없는 인간미가 물씬 풍겼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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