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2시15분 국회 본청 3층 예결위회의장. 한나라당 의원총회는 시작부터 고성이 오가는 등 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회를 맡은 친이계 원희목 원내부대표가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겠다고 말하자 친박계인 조원진 이정현 의원 등은 "공개하자, 두려울 게 하나도 없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자 정몽준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는 26일까지 매일 의총을 소집하겠다고 밝히면서 격렬한 토론은 자제해줄 것을 당부해 상황을 진정시켰다. 이후 의총은 참석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 비공개로 진행됐다.
하지만 친이계와 친박계는 정면 충돌을 피하지 않았다. 더 이상 고성은 오가지 않았지만 수정안을 관철하려는 친이계와 원안을 고수하는 친박계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은 채 각자의 논리를 내세우며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이날 소속 의원 169명 가운데 147명이 참석했으며 48명이 발언 신청을 하는 등 4시간 동안 뜨거운 토론이 이뤄졌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의총에 불참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23명이 발언한 가운데 첫 포문은 친박계인 한선교 의원이 열었다. 한 의원은 "명품도시를 만들려면 정부 부처가 가야 한다"면서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 왜 그러느냐"고 반문했다. 한 의원은 당직을 맡고 있는 친이계 진수희 의원이 박 전 대표를 향해 막말을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거론하면서 "지도자를 향해 욕을 했다면 (당직을) 사퇴하는 게 맞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진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부부관계 등의 극단적 예를 들어 분당이 쉽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말한 것일 뿐 특정인을 지칭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선교 의원은 또 "(차기 대선후보로) 가장 유력한 박근혜를 죽여서 뭐하느냐"며 수정안이 박 전 대표 공세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친이계 이춘식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미래권력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책임자"라면서 친박계의 국정운영 협조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이어 "행정부처를 분할한 국가는 독일밖에 없으며 부처를 분산하면 비효율이 높다"고 주장했다.
친이계 차명진 의원도 "최병렬 대표 당시 수도 이전 반대가 당론이었지만 박근혜 전 대표가 회견을 해서 수도 이전을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차 의원은 "원안은 수도권 과밀해소 및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방안이 아니며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서는 반경 2∼10㎞ 이내에 행정부처가 모여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이계 백성운 의원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당론을 정하자"고 말했다.
반면 친박계 이학재 의원은 "대통령께서 차라리 '경솔하게 수정안에 접근했는데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박계 이종혁 의원도 "행정 비효율만으로 백년대계를 말할 수 없다"며 "양치기 정부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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